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며 지난 1일 순천을 출발해 서울까지 도보 대행진을 펼치고 있는 도지호 교수(김천대·맨앞) 등 전국교수노조 소속 교수 6명이 10일 오후 충남 계룡시 두마면 4번 국도를 걷고 있다. 계룡/김종수 기자
1일 출발 영남·호남·강원팀 17일 국회 도착
교수노조 “부패·특권사학 더는 발 못붙이게 ‘후두둑 후두둑’ 우산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드세다. 차에 튀긴 흙탕물이 바짓가랑이를 때린다. 비에 젖은 몸이 걸을수록 무겁지만,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 깃발을 잡은 손은 오히려 단단해진다. 도지호 김천대 교수(교수노조 조직실장)와 민완기 한남대 교수(대전·충남지부장)는 10일 낮 12시40분 충남 연산 개태사 앞을 통과했다. 지난 1일 전국 세 곳에서 출발해 국회가 있는 서울 쪽으로 가고 있는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과 올바른 대학개혁 쟁취를 위한 전국 교수 1000㎞ 대장정’ 행사의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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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회적 현안에 대해 교수들이 성명서나 모임을 열어 의견 표명을 한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국토행군을 통해 ‘몸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4대 개혁입법 가운데 하나인 사립학교법 개정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의미를 잃고 있어 자칫 ‘개악’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충북 옥천에서 영남팀(민주적 사립학교법개정 선봉대)에 합류한 강남훈 한신대 교수(교수노조 사무총장)는 “법안 내용 가운데 대표적으로 ‘사립학교재단 이사회에 공익이사를 두자’는 안이 있었는데 애초 3분의 1 수준에서 단 1명만 두자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권을 세우는 것도 교수·교사·학생·직원 등 학교 구성원 기구가 학교 운영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학칙기구가 돼야 하는데 재단의 권위를 높이는 쪽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수도 “사립학교 재단들은 교육 공익을 앞세워 개정에 반대하지만 속내는 기업형 사학을 꾸려 영리를 추구하고 세습화하면서도 세금 한푼 안 내는 특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사학재단과 교육부, 정치권의 야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토 대장정에는 전국교수노조 소속 교수 15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영남팀은 행군 사이에 정몽준 의원(2일·무소속)과 박근혜 의원(6일·한나라당)의 울산과 대구 지구당 사무실 항의 방문과 ‘비리재단 척결을 위한 대구 보건대의 날’ 행사 등을 열었다. 호남팀도 교육위원회 소속인 지병문 의원(3일·열린우리당) 사무실을 항의방문하고 조선대에서 지방대 위기 극복방안 세미나(3일)를 열었다. 영남팀과 호남팀은 10일 대전에 도착해 합류했다. 영남팀과 호남팀은 11일부터는 함께 서울로 향한다. 이어 16일에는 과천에서 강원팀(학원민주화 선봉대·8일 강릉 출발)과 만나게 된다. 강원팀은 김민수 동해대 교수 등 6명이 10일 대관령을 넘어 95㎞ 지점인 평창에 다달았다. 과천에서 하나가 된 교수들은 17일 목적지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지나가던 빵집차가 빵과 우유를 상자째 내려놓고 가기도 하고, 한 식당 주인은 ‘올바른 일을 하느라 고생한다’며 공짜 밥을 주기도 하셨죠. 교육계를 바꿔 올바른 교육 진보, 사회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저희만의 바람은 아니라는 걸 가슴깊이 느꼈습니다.” 검게 그을린 도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논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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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법개정안 뭐기에
‘1/3이상 외부이사’ 이견…법안 6개월째 낮잠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뒤 6개월째 법안심사소위에 머물고 있다.
여야는 지난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모든 사학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태도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비리사학에 한정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당론으로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비리사학에는 이미 관선 이사가 파견되고 있다”며 “개방형 이사의 비율을 타협할 수는 있어도 비리사학에만 부분 도입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체회의에 직권상정해 표결처리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임태희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당 안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요한 교육 관계법을 시한에 쫓겨서 처리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6월 처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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