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관광성수기·까나리철인데…백령도는 말없이 운다

등록 2010-04-05 11:25수정 2010-04-05 14:30

천안함 여파 여객선 승객 30%↓…일부 어장 조업못해
4일 하루 세 차례 백령도 용기포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에서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4~5월은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이날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군인들과 방송장비를 둘러멘 사람 몇몇이 보일 뿐이었다. 한 여객선 항해사는 “승객이 30~40% 줄어들었다. 4~5월이 관광 시즌인데 여행사 예약 관광객들이 취소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도 모두 이 일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우리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침몰 사고 10일째인 이날 백령도의 아침은 초속 7~11m의 매서운 바람, 2m 안팎의 파도와 함께 시작됐다. 군이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해 실종자 구조를 중단하고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날에도 백령도의 앞바다는 여전히 사납기만 했다. 오후가 되자 장촌포구에는 조업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노란 깃발이 나부꼈다.

4월 중순 본격적인 까나리잡이 철을 앞두고 그물과 장비를 매만지는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까나리잡이를 하는 장아무개(55)씨는 그물에 걸 부자(그물에 다는 플라스틱 통)를 준비하느라 한창 분주했다. 장씨는 “지금쯤은 배에 닻을 달아야 하는데 아직 달지 못하고 있다”며 “함수 부근도 어장에 포함된다. 인양 작업이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그동안 본 것 중에서 제일 큰 사건 같다. 처음에는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포기라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는데 빨리 잘 마무리돼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조용했던 백령도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표정과 입은 한결 무거워졌다. 백령도 북쪽 어릿골 해안에는 4~5명의 아주머니가 해변에서 굴과 파래를 다듬고 있었다. 박아무개(52)씨는 “천안함 사고 위치와 멀어 일하는 데 별다른 영향은 받지 않았다. 큰 사고가 났더라도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먹고살아야지”라며 다시 굴껍질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아주머니들도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닫았다.

사고 원인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추측과 의혹만 넘쳐나면서 주민들의 가슴에는 울분도 쌓이고 있는 듯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입에 오를 때마다 주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백령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