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대법 정책법원화 국민합의” 강조…사법개혁안 에둘러 비판
이강국(사진) 헌법재판소장이 ‘상고심사제’ 등 대법원의 사법개혁안을 에둘러 비판했다. 상고심사제는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의 적정성을 미리 판단하는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미리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것으로, 대법원이 지난달 25일 사법개혁안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다. 이 소장은 5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재학생 300여명에게 ‘헌재의 어제와 내일’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 남고 싶어 하지만 ‘삼세판’을 좋아하는 국민들은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가져) 가겠다는 정서가 강하다. 대법원이 정책법원이 될 것인지, 세 번째(3심) 재판기관으로 갈 것인지는 국민들의 합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고 법원’의 성격과 기능을 두고 대법원과 신경전을 벌여온 헌재 수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의 대법관 수 증원 방안에 대응해 대법원이 내놓은 상고심사부 도입 방안을 우회적으로 ‘견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소장은 강연이 끝난 뒤 “(한나라당 안처럼)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것과는 범주가 다르다”고 답했다. 또 이 소장은 “법관이 특별한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재판한다면 현대판 원님재판이 될 것이다. 국민은 편향성을 가진 법관의 법적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리적 깊이가 없는 ‘튀는 판결’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에서는 ‘튀는 판결’ 발언의 배경에는 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제’ 도입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헌재 쪽은 “예비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원론적·일반적 얘기를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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