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작년하반기 67배 폭증’ 경찰 강력비판
“무차별 기지국 수사 1257건…사생활 침해” 지적
“무차별 기지국 수사 1257건…사생활 침해” 지적
“(이동통신) ‘기지국 수사’와 같은 무차별적인 정보 제공이 관행화하면 안 됩니다. 명백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여 경찰이 특정 시간에 특정 기지국에서 잡히는 모든 휴대전화 번호를 통신사에서 제공받아 수사에 활용하는 기지국 수사는 투망식 수사와 같다며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찰이 대상자를 최소한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시간에 잡히는 모든 전화번호를 제공받는 기지국 수사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로 위헌의 소지가 있는 수사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하반기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등 협조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해 하반기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아이피 주소) 열람 건수가 2008년 하반기보다 67배나 많은 1577만8887건(이하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수치가 급증한 이유를 “지난해 상반기부터 일부 법원이 경찰의 ‘기지국 단위 통신사실확인’을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통신사실확인서로 허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경찰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지국 수사’를 벌여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257건의 기지국 수사를 벌여, 수사 한건당 평균 1만2000여개의 전화번호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경찰이 특정 시간에 특정 기지국에서 잡힌 모든 휴대전화 번호 정보를 가져가면, 이를 근거로 집회에 참석해 한 차례 이상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람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집회를 탄압하기 위한 신종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률 위반 논란도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열람 뒤에는 대상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경찰은 제공받은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이를 당사자에게 일일이 통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지국 수사 말고도 휴대전화와 인터넷 통신에 대한 수사·정보기관의 감시가 늘어나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제17조), ‘통신의 비밀’(제18조) 등 기본권 보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주민번호·주소 등과 같은 통신자료의 제공 건수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0만건을 넘어섰고(687만744건),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패킷감청’ 등 인터넷 감청도 지난 한해 사상 최대치(942건)를 기록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통신수단이 발달할수록 국정원과 경찰의 감청과 감시가 늘어나면서 개인의 통신과 비밀의 자유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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