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편법’ 공사에 문화재 ‘위태’
수공, 현상변경 허가없이 착공
괴헌고택 등 13점 수몰위기
문화연대 “옮기면 가치 떨어져”
괴헌고택 등 13점 수몰위기
문화연대 “옮기면 가치 떨어져”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영주댐 건설 공사로 13점의 국가·지방 지정문화재가 수몰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는 문화재보호법상의 현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댐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한겨레> 기자가 수자원공사와 문화재청, 지방정부 등에 확인한 결과,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2월 공사가 재개된 영주댐 건설로 인해 국가 지정문화재인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 괴헌고택(연안 김씨 살림집·중요민속자료 제262호)이 수몰될 위기에 놓였다. 또 이 공사로 인해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장씨 고택과 장석우 가옥, 이산면 덕산고택 등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12점도 수몰될 처지다. 그러나 착공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공사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인 괴헌고택에 대한 현상변경을 신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공은 지방문화재 12건에 대해서도 경북도에 현상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문화재 현상변경이란 건설공사 등으로 인해 문화재나 문화재 주변 보호구역의 현재 상태를 바꾸는 행위를 말하는데, 문화재 보호를 위해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문화재보호법 제34조를 보면, 국가 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국가 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얻도록 명시돼 있다. 또 문화재청의 국민신문고 답변을 보면, 행정기관은 문화재의 외곽 경계의 외부지역에서 시행하려는 건설공사에 대한 인허가 전에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 등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수공은 “지표조사를 거쳐 문화재청과 협의해 이전 복원을 위한 현상변경 절차를 준비중”이라며 “본공사 전에 현상변경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착공 전에 현상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번 공사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선 착공하고 직접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 본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현상변경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현상변경 허가 여부는 문화재위원 외에는 대통령도 관여할 수 없다”며 “심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착공해놓고 나중에 절차를 밟으면 된다는 것은 자의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황 위원장은 “옛 건물들은 그것이 원래 지어진 장소에서 주변 환경과 어울릴 때 가치가 있다”며 “옛 집들을 엉뚱한 곳에 옮겨놓는 것을 보존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문화재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수공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일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에 총저수량 1억8100만㎥ 규모의 영주댐 건설 공사를 지난해 12월30일 착공했다. 영주댐은 애초 송리원댐이란 이름으로 1999년부터 건설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와 타당성 부족으로 보류됐으며, 지난해 1월 타당성 재조사 절차를 거쳐 8월에 4대강 사업에 포함됐다. 현재 현장사무소, 공사용 도로 건설과 실시설계가 진행중이며, 본공사는 올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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