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천안함 사병의 보상, 가진 자가 솔선수범하라

등록 2010-04-08 11:26

천안함 순직 사병의 보상금 현실화를 두고 국방부가 장병들의 월급을 모으거나 국민의 성금 모금을 통해 유가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한 사병의 보상금을 최대 1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으나 법 개정이 필요하고, 실제 지원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이 만만치가 않다. 사병의 월급이 쥐꼬리만 한 것이기도 하고, 그 고육의 발상이 치졸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군대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군인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군인이 되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그것이 신성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국가가 좋든 싫든 내 나라이며, 내가 수자리를 지키거나 검은 바다 위에서 복무함으로써 내 가족과 이웃의 삶의 안전이 가능하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와 이웃, 사회와 국가를 지킨다는 신성한 의무감이 군인에게서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건장한 청년들은 삶의 일정 기간, 희생하고 봉사한다. 가끔 군 복무의 이유는 거창하지 않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도 세상살이의 일부이며 국가의 국민이므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에게 지워지는 숙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입영열차 안에서 눈물 흘려 본 적 있는 사람은 안다. 군복 입은 동안의 시간이 사람을 철들게 하고 어떤 방황이거나 일탈로부터 사람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성장하게 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안다. 군에 갔다 와야 시근이 든다는 말은 그저 생긴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군 생활은 즐거운 여행 같은 것이 아니다. 때론 고통스러운 그 무엇이 깃드는 유배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한결같은 배신감이 아니다. 다소의 뿌듯함이 내면에 남아 의젓해지고 너그러워지며 가끔 야무진 인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군인으로서 국가의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가를 성찰한 결과이며, 군 조직의 축복이 아니라 삶의 고통과 진정성에 오래 노출된 결과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회의하기도 한다. 내가 지킨 것이 과연 국가 그 자체인지를 물어볼 때가 있다. 그 질문이 일상적인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특별히, 세상으로부터 나와 나의 주위가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거듭 묻게 된다. 이를테면 최근 공직자가 공개한 재산 내역을 신문에서 확인할 때가 그러하다. 그들의 재산은 단위가 다르다,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나이에 별 상관없이 그들의 재산은 놀랍다. 수십억에서부터 수백억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공공연히 직계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거듭 하나마나한 재산공개를 반복한다. 이 어려운 때에 고위 공직에 있다는 그들은 절반 이상이 재산을 증식하였고, 그 규모도 연간 억 단위 이상에 이른다. 한 마디로 그들은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이다.

흔히 부(富)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한다. 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시각은, 부에도 도덕적 측면이 있다고 하는 입장으로부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부에 관한한 사적 시각을 고집하는 자들이 생의 짧은 시기 동안 자기 노동과 정상적 이윤추구 행위를 통해서 그 많은 재산을 증식하였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의 근원은 대체로 금리(金利)적인 것으로서 돈이 돈을 벌어들인 것이며, 그 원천은 불로소득에서 연유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선대로부터 받은 부동산이거나 유가증권, 특혜 등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월급 생활자가 평생을 벌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금리는 최악의 치부 방법이며 부도덕하고 비자연적인 것”이라 한 것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나친 부는 부끄러운 것이다. 세상은 그들의 부를 부러워하지 않고 혐오하며 존경하지 않고 비난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에 관한 세상의 오래된 상식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우리는 성금을 낸 적이 있다. 그 대열에 고사리 손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난했던 사람들이 무슨 댐을 만든다, 수재민을 돕는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등등의 자선 기부 행위에 비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그 결과 지금의 우리는 모두 잘 살게 되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우리가 여전히 구시대의 군부가 기획했던 방식으로 살아 온 동안 세상의 일부는 공룡처럼 거대해져버렸다. 빈부 차는 그 간격을 더 많이 벌려왔다. 공룡같은 이들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도덕심도 양심도 상실된 지가 오래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낡은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진 자들이 천안함 순직 사병의 보상금을 지원하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몸 바쳐 나라를 지키려 했고 죽어서도 물속에 갇혀있다. 그 헌신과 희생으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자들은 가진 자,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자본이 증식하는 동안 누군가는 안전을 지켰다. 그러므로 가진 자들이 피지 못하고 진 영혼을 위로하고 슬픔에 싸인 가족도 위무해야 온당하지 않겠는가. 병역의 문에도 가보지 않은 자들이 국민이 보는 앞에서 눈물 찍어대는 행위를 연출하는 것은 얼마나 가소롭고 비현실적인가 반문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장병들에게 너희들의 동료가 순직하였으니 너희들이 해결하라는 오해 앞에서 국방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부자들이 빈대의 낯짝을 면할 수도 없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