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방송의 라우라 카일(맨 오른쪽) 기자 등 취재진이 지난 7일 원폭 2세 환우들의 공동체인 경남 합천군 ‘합천 평화의 집’에서 소장인 혜진 스님(가운데)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사람] “핵 위험 눈으로 확인…세계에 알릴 것”
원폭피해자 잔인한 세월 취재
“한국정부 외면 이해할 수 없어” “핵무기는 인류 공동의 적이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 확인했어요. 이제 돌아가면 핵무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한국의 피해자들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려고 합니다.” 아랍권의 대표적 언론사인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보도하기 위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군에 취재진을 파견했다. 1945년 8월 일본에서 원자폭탄 피해를 당한 한국인 7만여명 가운데 60% 정도의 출신지인 합천, 이곳에 원폭 2세 환우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 집’이 문을 열었다는 지난달 초 <한겨레> 보도를 보고 찾아온 것이다. 말레이시아 지국 소속의 라우라 카일 기자 등 취재진은 지난 7~8일 이틀 동안 피폭으로 두 눈이 멀어버린 원폭 직접피해자, 피폭 후유증을 물려받아 다운증후군을 앓는 형제, 원폭 2세 환우끼리 결혼한 부부 등을 취재했다. “1945년 미국이 핵폭탄을 투하했을 때 왜 일본에 있었나요?”, “원폭 피해자에게는 어떤 증세가 나타나며 그것이 핵폭탄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원폭 2세 환우들이 결혼을 할 때 편견과 장애가 없나요?”, “부모가 사망한 뒤 원폭 2세 환우들은 어떻게 살아가나요?”, “한국 정부는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했나요?”, “일본과 미국 정부는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배상했나요?” 취재진의 관심은 원폭 피해자들의 어려운 처지와 한국·일본·미국 정부의 지원과 보상에 모였다. 이들은 원폭 피해자들의 밝은 표정과 긍정적 태도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천 평화의 집’ 소장인 혜진 스님(제주 마라도 기원정사 주지), 강제숙 ‘원폭 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 공동대표, 한정순 ‘한국 원폭 2세 환우회’ 회장 등의 대답은 안타까움만 자아냈다.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과 미국 정부의 배상은커녕 한국 정부의 제대로 된 관심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를 이어가며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전 합천지부장은 취재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송아지를 보여주며 “그래도 우리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핵폭탄의 피해가 피폭 당사자는 물론 2세, 3세 등 자손에게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너무 놀랍고, 왜 한국 정부와 국회마저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피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군요.” 라우라 카일 기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안 발표, 남북한이 참여하는 6자회담 등 핵무기가 최근 전세계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이달 중순 기획보도로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을 소개함으로써 핵무기가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전세계에 분명히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합천/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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