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료들 절망·희망 섞인 글 가득
차균석 하사 여자친구 매일 글 남겨
박석원 중사 홈피엔 동료 “왜 안와…”
박성균 하사 홈피도 “벚꽃 보러 가자”
차균석 하사 여자친구 매일 글 남겨
박석원 중사 홈피엔 동료 “왜 안와…”
박성균 하사 홈피도 “벚꽃 보러 가자”
“천국에서도 싸이 할 수 있지? 내 명록이(방명록)에 답글 안 달아도 안 삐질 테니까 내 글 꼬박꼬박 다 읽어야 돼.”
천안함 침몰과 함께 실종된 차균석(21) 하사의 미니홈피에는 지금도 여자친구 김아무개(23)씨의 글이 올라온다. 답글은 없지만, 차 하사를 그리워하는 김씨의 글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쌓이고 있다.
사고가 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김씨는 “나 이제 삐치지도 않고 술도 안 마실게. 네가 싫다는 거 정말 다 안 할게. 놀이동산 가면 무서운 것도 다 탈게”라고 적었다. 둘째 날에는 “지금 밀실에서 숨쉬고 있는 거 맞지? 자기랑 똑같이 불 꺼놓고 어두운 곳에서 기도하고 있을게”라고 마음을 전했다.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은 글이었다.
넷째 날부터 그녀는 서서히 절망에 빠져들었다. “더 이상 버티라는 말도 못하겠어. 그렇다고 편하게 눈감으라는 말도 못하겠어. 그저 내가 살아 숨 쉬는 게 미안할 뿐이야”라고 적었다.
지난 6일 ‘천국에서도 싸이 할 수 있지?’라며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인 듯한 김씨는 7일, 이제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차 하사와의 재회가 아니라, 마음 한편에 그를 남겨두겠다는 고백을 남겼다. “내 마음은 항상 너와 함께하니까 지금도 함께 있다는 거 느낄 수 있어. 다만 볼 수 없을 뿐이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잖아.”
김씨와 차 하사는 사고 직전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주인공들이다. 둘은 멀리 떨어진 채 통화를 할 때마다 주말에 만나면 무얼 할지 계획을 짰다. 4월3일에는 천안함에 함께 탄 서보성 하사, 김효형 하사와 넷이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다. 서 하사와 김 하사는 돌아왔지만 차 하사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씨뿐 아니라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가족, 동료들도 실종자들의 미니홈피를 찾아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실종자 박석원 중사의 미니홈피에는 같은 방을 사용하던 김무년 하사가 “박 중사님, 집에 아무도 없어. 나 혼자야. 왜 안 와. 빨리 와”라고 글을 남겼다. 김 하사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숙소로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룸메이트가 좋아하던 로즈향이 나는 빨래와 그의 옷들, 우리가 치던 신디사이저…. 형, 나오면 내가 설거지 다 할게. 빨래도 내가 다 할게. 어서 돌아와요”라고 썼다.
실종자 박성균 하사 미니홈피에 친구 표하림씨는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성균아.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는데 꽃도 피고 있다. 벚꽃 보러 가서 빨리 사진도 찍고 하자. 빨리 와서 미안하다고 안아줘”라고 적었다. 실종자 차균석 하사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던 생존자 김효형 하사도 차 하사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다. “균석아 오늘따라 왜 이리 보고 싶으냐. 우리 배에서 너 없으면 난 누구랑 얘기를 하냐. 빨리 와.”
평택/송채경화 이경미 기자 khsong@hani.co.kr
평택/송채경화 이경미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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