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앞줄 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종교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순결(무죄)을 상징하는 백합꽃을 들고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을 반겼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심 법원, 곽영욱 횡령 혐의만 인정 ‘징역3년’
한 전총리 “진실 밝혀져”…검찰 “즉시 항소”
한 전총리 “진실 밝혀져”…검찰 “즉시 항소”
‘5만달러’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6) 전 국무총리가 9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는 이날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20일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70) 전 대한통운 사장이 건넨 돈 5만달러를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곽 전 사장에겐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항소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은 물론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강도 높게 비판해 ‘표적수사’라는 야당 등의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수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총리 공관은 항상 감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공개된 장소”라며 “미리 말하지 않은 뇌물 5만달러를 곽 전 사장이 갑자기 의자에 놓고, 이를 한 전 총리가 짧은 시간에 숨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어 “5만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나머지 쟁점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곽 전 사장을 계속해서 심야에 조사했고, 이에 곽 전 사장이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불리한 진술은 검찰의 조서에 기록조차 돼 있지 않다”며 “‘곽 전 사장이 자유롭게 진술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난 뒤 김준규 검찰총장은 오후에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수는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조은석 대검 대변인이 전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이 끝난 뒤 “진실이 밝혀졌으며,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 정치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나와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어 “이 사건은 강압적 수사를 통해 얻어낸 진술만을 토대로 무리하게 기소한 정치적 표적수사”라며 “이번 사건은 검찰 개혁이 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노현웅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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