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가족협 “39통 보내와”
< font color=#00847C>“나혼자 군생활하라고? 현구야 대답해라”
“저희 모두가 아들·형제 되어드리겠습니다” 천안함 생존자인 김용현 병장은 실종된 강현구(22) 병장을 2008년 7월7일 해군 진해훈련소에서 입대 동기로 처음 만났다. 두 달 뒤, 근무지로 정해진 천안함에서 이들은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바다 사나이’가 된 김 병장과 강 병장의 우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들은 21여개월간 함께 군 생활을 하며, 한나절이 멀다 하고 서로를 찾았다. 김 병장은 친구 현구가 ‘하나밖에 없는 내 동기’라고 불러주는 게 참 좋았다. 김 병장이 “현구야!”라고 부르면, 강 병장은 늘 “내 동기 왔구나”라며 반겼다고 한다. 김 병장이 기억하는 강 병장의 마지막 모습은 “텔레비전 같이 볼까”라며 방을 찾았다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었다. 침몰한 천안함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제대를 불과 세 달 남겨둔 동기생의 운명도 갈렸다. 한 사람은 갑판병으로 뱃머리에, 다른 한 사람은 조리병으로 배꼬리 쪽에 있었을 뿐이다. 지난 8일 김 병장은 친구 현구에게 부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편지를 띄웠다. “현구야! 네가 재밌다며 해준 얘기들 얼마나 웃겼었는데, 다시 들려주면 안 되냐? 진짜 듣고 싶다….” “현구야! 대답해라. 나 혼자 군 생활 하라고? 지금 나 혼자 내버려 두는 거냐? 하나뿐인 동기를 챙겨주지도 못하고 혼자 제대할 생각하니 너무 참담하다.” 그리고 그는 편지 마지막에 “네가 ‘하나밖에 없는 내 동기’라고 나를 불러주며 내 등을 토닥여줄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순식간에 동료 46명을 잃은 생존 장병들이 애끓는 심정을 담아 실종 동료와 그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장병들은 편지를 가족들에게 전달했고, 실종자가족협의회가 이 가운데 일부를 9일 공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생존 장병은 희생·실종자 가족들에게 쓴 편지에서 “모든 대원들을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희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 장병은 “살아 돌아온 저희가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저희 모두가 아들, 형제가 되어드리겠습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다른 생존 장병들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꼭 살아 있을 겁니다”, “실종된 ○○가 복귀 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가족협의회는 “지난 8일 장병들이 가족들을 만날 때 39통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가족들은 장병들의 뜻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들을 식당 벽에 붙여놓았다”고 밝혔다. 평택/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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