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베이커(68) 교수
베트남 훈장 받은 미 인권평화운동가 에드워드 베이커
“베트남 정부에서 훈장을 받았어요. 교육 분야에서 외국인한테는 처음 준 훈장이라는데, 혹시 나를 아는 한국 독자들에게 알릴 만한 뉴스가 될까요?”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 민주화운동을 함께 해온 미국의 인권평화운동가 에드워드 베이커(68·사진) 교수가 최근 <한겨레>에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지난달 호찌민대학을 방문해 베트남 교육훈련부로부터 베트남과 미국의 교육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에서 수교 이전인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00여명의 베트남 학자들을 초청했어요. 그들 중에는 이번에 훈장을 전해준 호찌민대 사회과학인민대 학장도 있고 부총장이 된 여성학자도 있지요.” 3월부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초빙교수로 와 있는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수상의 감회를 전하며 베트남과의 교류 과정에 한국 학자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81년부터 옌칭연구소에서 일하면서 82년 당시 미국으로 망명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으로 초청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지도자들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2005년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옌칭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그가 초청한 서울대 교수와 연구원만 100여명을 헤아릴 정도라고. “하지만 아직 한국 정부에서는 상을 준 적은 없다”며 웃는 그의 농담을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66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온 이후 그는 지금까지 50차례 이상 오가며 줄기차게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개선을 위해 헌신해왔다. 69년 영어를 가르치던 서울사대에서 개헌 반대 시위를 하다 잡혀간 대학생들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그는 귀국해 박사 학위를 딴 뒤 74~76년 풀브라이트 교환학자로 다시 방한해 당시 자택 구금 중이던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동아일보> 기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 재미 한인 최성일 박사와 함께 유신독재 비판과 광주학살 실상 알리기에 앞장선 그는 85년에는 아시아인권감시센터 창립 멤버로 나서 한국의 인권 상황을 조사했다. 같은 평화봉사단원으로 서울에서 활동했던 부인이 보스턴에서 살던 90년대 내내 자가용차 앞에 ‘Kwangju Massacre’(광주학살)를 적고 다닌 일화도 유명하다. 부부가 70년대 입양한 5살 아들과 동갑내기 한국 여자아이는 이제 어엿한 금융전문가로 자랐단다. 무엇이 이토록 그로 하여금 한국을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처음 서울사대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의 눈빛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봤어요. 그래서 확신했고 결심했어요. 한국의 민주화를 돕겠다고.”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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