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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심’ 잡은 공판중심주의

등록 2010-04-11 20:28수정 2010-04-11 21:55

화면에 증거 띄우고 ‘형소법’ 설전
한명숙 재판과정 “모범사례” 평가
“오늘은 또 뭐가 나온대요?”

시간이 날 때마다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의 공판을 방청하러 온다는 한 60대 노인은 “재판 때마다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궁금증은 이번 공판이 보여준 역동성에서 비롯됐다.

공판 과정에서 증언(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의자 위에 돈봉투를 두고 왔다’는 진술)을 통해 공소장이 변경되고, 공소사실과 다른 증언(윤아무개 총리공관 경호원의 ‘오찬 뒤 총리가 항상 먼저 나왔다’는 진술)이 나오자 검찰은 부랴부랴 추가 조사를 벌였다. 공판에서 보여준 검찰의 행위가 ‘형사소송법’에 맞는지를 놓고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증인의 답변 하나의 의미까지 꼼꼼히 따지느라 신문은 길어졌고 아침부터 시작된 공판은 밤 9시를 넘기기가 일쑤였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안팎에서는 “공판중심주의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화면에 좀 띄워주시죠” 신문 과정에서 재판부는 검찰 진술 조서와 재판부에 제출된 모든 증거자료를 대형 화면에 띄워놓게 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의 검찰 신문이 ‘검찰 조사에서 이리이리 대답했죠’라고 물으면 ‘네’라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검찰이 사실이 아닌 의견을 묻거나 유도신문을 할 때면 재판부가 어김없이 개입해 바로잡았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당시 의전비서관에게 “미국 유학을 하려면 연간 10만달러 이상 들 텐데, 연 2만달러인 총리의 출장비를 아껴서 그걸 감당할 순 없겠죠?”라고 묻자, 재판부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질문하라. 왜 증인에게 의견을 묻냐?”고 제지했다. 같은 달 15일 검찰이 내부 ‘면담 보고서’를 보여주며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신문하려 하자 재판부는 “법정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는 사용하지 말라”며 더이상의 질문을 막았다. 같은 달 11일 곽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 때는 “(검찰이) 유도하는 인상이 있다”며 질문을 풀어 대신 묻기도 했다.

■ “형사소송법에는…”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는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강의’에 나섰다. 증인으로 나온 경호원이 ‘총리는 항상 먼저 나왔다’며 공소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뒤 검찰이 다른 경호원을 밤늦게 조사해 그 진술을 추가 증거로 내려 하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을 들어 “기소 뒤이므로 증거에 대한 공판의 ‘직접주의 원칙’에 맞게 따로 조사한 조서를 내지 말고 증인 신청을 하라”고 했다. 변호인이 한 전 총리의 골프장 콘도 이용과 관련해 캐디의 검찰 조서에 증거 동의를 했는데도 검찰이 증인 신청을 할 때는 “(변호인이) 동의한 증거이므로 증인신청할 필요 없다”며 제지했다.

한 전 총리의 검찰 피고인 신문에 대한 ‘진술 거부권’을 두고는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법정 스크린에는 양쪽이 근거로 든 법 조항이 비춰졌다. 형사소송법과 규칙, ‘법원실무제요’와 대법원 판례 등을 법정에서 두루 보여주고 설명한 재판부는 결국 변호인에게 검찰의 신문 사항을 먼저 읽고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주는 식으로 공판을 진행했다.


한 판사는 “일반인도 재판을 하루만 지켜봤다면 ‘형사재판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공판중심주의 절차에 충실한 재판이었다”고 평가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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