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천안함 보도, W컵 단독중계권 논란, 그리고 웹2.0시대

등록 2010-04-12 14:32

천안함 침몰사건을 보도하는 이른바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언론과, 남아공 월드컵 <서울방송> 단독중계를 비판하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보도 태도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의제설정을 하고 밀어붙이면 독자와 시청자들이 그들를 말을 무조건 곧이듣고 따라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조중동은 46명의 장병이 사망 또는 실종한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난 이후 줄기차게 북한의 개입설을 암시 또는 주장하는 글을 내보내고 있다. 기사건 사설이건 칼럼이건 가리지 않는다. 기사가 튀지 않으면 편집에서 북한이 개입한 듯한 뉘앙스의 제목으로 뻥튀기를 해 기어이 북한 개입설을 부추킨다. 보도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은 알 수 있으나 일반 독자는 속기 쉬운 교묘한 편집술이다. 칼럼이나 사설도 "~라면"의 기법을 애용하고 있다. 어떤 사실을 있는 것처럼 가정해놓고 논리를 전개하는 수법으로, 논설이나 칼럼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는 작법이다. 글쟁이들 사이에선 이를 `라면 칼럼' `라면 사설'이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하지만 조중동은 이런 수모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수시로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북한이 개입했다면" "북한의 어뢰 공격을 했다면"이라는 가정법을 거침없이 동원한다. 오죽했으면 미디어행동과 시민, 네티즌 단체가 나서 지난 주말(4월9일) "조중동은 근거없는 북풍몰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조중동 규탄 기자회견까지 했겠는가.

`내가 보도하면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올 것'이라는 오만한 행태는 서울방송의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비판하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보도 자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동안 방송사들이 주요한 스포츠 중계를 어떻게 해왔고, 그동안 어떤 갈등과 알력이 있었는지는 쏙 빼고 상업방송사인 서울방송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약속을 어기고 단독중계를 하려고 한다고만 비판한다. 국민적인 관심이 큰 스포츠 행사를 보도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양 방송사의 위기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마치 서울방송만의 전적인 잘못으로만 몰고 가려는 태도는 사실도 아니고 정도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중의 재산인 전파를 사유화하는 행위이다. 서로의 합리적인 협상과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분노를 동원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발상이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의 중계는 그 행사를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되 다양한 채널 선택권이 보장되면 되는 것이지, 꼭 누가 중계를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방송하느냐는 방송사들의 문제이지 시청자의 문제는 아니다.

두번째는 이런 일방적인 보도 태도가 시대의 흐름을 전혀 간파하는 못한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중동이 이런 식의 `북풍 보도'를 했으면, 며칠 만에 장충단공원에 북한 규탄 궐기대회가 열렸을 텐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 만난 한 지인의 말이다. 예전엔 신문이 여론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요 언론이 입을 맞춰 북한 개입설을 흘리면, 시민들이 이를 사실로 믿고 행동으로 옮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조중동의 이런 보도에도 여론의 흐름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시중에선 북한에 대한 규탄보다 정부와 군의 오락가락 대응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도 조중동에 동조하는 여론보다 충격적인 사건에 애도를 표하고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인터넷에서 관심을 모으는 글은 해군출신들의 경험과 분석, 선박 전문가들의 글이지 조중동에서 퍼붓는 일방적 글이 아닌다. 그만큼 여론통로가 다양해졌고, 여론을 일부 세력이 조작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힘 있는 언론'에서 쓴 글이라고 무조건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근거와 논리'를 가진 글이 힘을 쓰는 시대인 것이다. 그걸 모르면 아무리 과거의 강자였다고 해도 여론시장에서 퇴장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중계권 공유 주장이 먹히지 않는 것도 시대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금은 어느 방송사가 단독 중계를 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누가나 중계를 볼 수 있고, 그도 없으면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실시간을 알 수 있다. 이미 김연아 등이 활약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은 한 방송사가 단독 중계를 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은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단순한 인터넷시대를 넘어, 누구나 정보를 발신하고 공유하고 개방하는 웹 2.0시대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미디어'인 시대인 것이다. 천안함과 서울방송의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권 확보 문제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계 공룡들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모습을 보면서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공룡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면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