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해마다 겨울에 낙동강 해평습지를 찾아오는 두루미들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떼의 모습.
[집중점검 4대강 사업]
칠곡~구미보 준설·주변 놀이시설 공사로 피해
정부 “일부 모래톱만 보전”…두루미 등 떠날판
칠곡~구미보 준설·주변 놀이시설 공사로 피해
정부 “일부 모래톱만 보전”…두루미 등 떠날판
‘낙동강 철새도래지-이곳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매일 1만5000여마리가 찾아드는 집단 철새도래지입니다. 서식 환경을 잘 보호하여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줍시다. 구미시’
12일 경북 구미시 해평읍 취수장 부근 해평습지, 철새도래지임을 알리는 표지판 너머로 삽차 등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4대강 사업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는 것에 대비해 강바닥에 매설된 구미지역 상수도 관로를 옮기는 공사다. 4대강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해평습지 등 낙동강 구간의 습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낙동강 경북 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구미 해평습지는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있다. 낙동강 상류의 빠른 강물이 가져온 풍부한 영양물이 침전·퇴적돼 형성된 거대한 하천 습지다. 낙동강 구미 숭선대교 상류 1㎞에서 숭선대교 하류 괴평리까지 7㎞에 걸친 지역을 일컫는다. 표지판에 나온 철새들 외에도 독수리와 원앙, 왜가리, 백로, 까치, 황조롱이 등 텃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이곳의 맑은 물과 넓은 모래벌판은 오염과 주변 환경에 민감한 두루미류의 겨울나기 장소로 최적의 조건이다. 특히 습지 양안의 1500만㎡에 달하는 광활한 농경지는 땅에 떨어진 곡식을 먹이로 삼는 두루미류 철새들의 맞춤한 삶터 구실을 한다. 현재는 일본 이즈미 지역으로 향하는 흑두루미의 중간기착지 구실에 그치지만, 앞으로 두루미들의 서식지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이곳 하류에 높이 12m의 칠곡보, 상류에 11m 높이의 구미보를 건설하고, 그 사이를 평균 약 3∼4m 깊이로 준설할 계획이다. 또 해평습지 인근의 고아읍 구미제방 둔치 약 200만㎡를 축구장 등 체육시설, 피크닉장 등 놀이시설로 만든다는 계획도 세우고 한창 공사를 벌이고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일본 이즈미시는 두루미들을 끌어들이려고 수십년 동안 습지를 가꾸고 먹이를 공급해왔는데, 우리는 찾아오는 두루미들마저 내쫓으려 한다”며 “조수보호구역에 축구장과 피크닉장을 만드는 것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나 환경운동가들의 우려에 따라 해평습지를 비롯해 구담·달성 습지 등 낙동강의 13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대구환경청은 “다수의 철새와 멸종위기 야생 조류가 겨울을 나는 해평습지 안 하중도는 이미 형성된 식생대를 살려두도록 했다”며 “일부 모래톱을 보전하고, 준설로 훼손되는 대부분의 모래톱은 주변 지역에 횃대 설치, 바위 쌓기 등 대체 서식지 조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해평습지 일원에 철새가 오는 시기에는 공사를 일시 중지하거나 소음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 공사만 하도록 하고, 완경사 저수로로 만들어 자연스런 생태추이대가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현실성 없이 급조한 대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준설로 모래톱과 수변부 식생대가 사라진다면 철새서식지의 기능을 잃게 된다”며 “남긴다는 하중도도 모래톱이 훼손되면 보존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둔치의 식생대 변화는 주변 환경에 대단히 민감한 두루미류에겐 서식지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국장은 “일부 모래톱 보전이나 대체 먹이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조류 생태계의 기본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며, 새들은 안정적인 먹이와 휴식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사기간에 쫓기는 건설업체가 공사기간이나 강도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도 현재의 심각한 우려를 모면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시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해평습지에서 4대강 공사로 장기간에 걸쳐 교란이 일어나면 새들의 서식지 기능을 영영 상실할 수도 있다”며 “세계적 추세인 생태자원화에 역행하는 4대강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이곳이 철새 도래지임을 알리는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습지의 표지판 뒤쪽 낙동강에서 4대강 공사로 인한 구미권 광역상수도 관로 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박영률 기자
공사기간에 쫓기는 건설업체가 공사기간이나 강도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도 현재의 심각한 우려를 모면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시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해평습지에서 4대강 공사로 장기간에 걸쳐 교란이 일어나면 새들의 서식지 기능을 영영 상실할 수도 있다”며 “세계적 추세인 생태자원화에 역행하는 4대강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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