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남쪽 광장에서 열린 광복 60돌맞이 제9회 시민달리기 축제 ‘행진 6·10’에 참석한 일본·중국인 참가자들이 달리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중국·일본 ‘양심’ 들도 함께 달렸다 국제학술회의 왔다가
허리가 아픈데도
70살 나이도 잊은채
“한국 젊은이 열정에 감명” 12일 광복 60돌맞이 시민 달리기 축제 ‘행진 6·10’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역사갈등, 해결을 향한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9일부터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온 일본 시민단체 대표단 14명과 천위우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등 중국 대표단 3명이 그들이다. 8월 일본의 역사·사회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후소사판 왜곡 역사교과서의 채택 저지를 위해 머리를 맞댄 이들의 참가로 올해 대회는 한·중·일 시민들이 함께한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다. 개회식에서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들을 소개하자, 참가 시민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다. 도쿄 ‘스기나미 교육을 생각하는 모두의 모임’의 가와나미 스미코는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워 놀랐다”며 “한국 방문을 통해 가해자인 일본의 행태가 너무 부끄럽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지 않도록 열심히 시민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가와나미는 반핵 운동을 한 시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린이와 교과서 네트워크21 오사카’의 고마키 가오루는 허리가 아픈데도 달리기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고마키는 “한국 젊은이들이 진보와 민주주의,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감명받았다”며 “이런 모습은 일본 시민사회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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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참가자들은 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연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해 후소사판 교과서 채택 저지 활동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10일에는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을 찾아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유모차 아이도 축제마당…7천여명 ‘야호’ ‘1987년 6월 그날의 뜨거운 가슴으로 역사 왜곡을 막아내자!’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시민달리기 축제 ‘행진 6·10’이 1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남문 광장에서 시민 7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한겨레신문사,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최)는 광복 60돌을 맞이하는데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한 가운데 열려 그 어느 해보다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행사에는 <한겨레>에 소설 ‘먼 하늘 가까운 바다’를 함께 연재하고 있는 작가 공지영씨와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가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6.1㎞를 달렸다. 쓰지는 “여러분과 함께 달리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며 “골인 지점은 알 수 없지만, 우정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전 9시40분께 우렁찬 축포가 터지자, 참가자들은 함성을 외치며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 이날 대회에는 중·고 교사와 학생 1천여명이 단체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풍락중 1학년 1반 담임 이승헌(31) 교사는 “화창한 날씨에 학생들과 함께 달리면서 한·중·일에 얽힌 근현대사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땀에 흠뻑 젖은 채 활짝 웃었다. 경기대 황토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달리기 코스를 완주한 회사원 김홍일(35)씨는 “6월의 뜨거운 가슴을 간직하려고 해마다 ‘행진 6·10’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딸, 며느리와 손자·손녀 등 가족 8명과 함께 온 류석진(70·경기도 안양시 평촌새도시)씨는 “3년째 이 행사에 3대가 같이 참여하고 있다. 광복 60돌을 맞아 펼쳐지는 행사에 온 가족이 나와 한마음으로 달릴 수 있어 흐뭇하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유모차를 밀거나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걸어서 완주하기도 했다. 평화와 통일조국에 대한 희망을 담은 애드벌룬이 ‘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펼침막을 달고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행사장은 축제 마당이 됐다. 펼침막에는 아시아 평화를 기원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시민들의 메시지가 빼곡이 들어찼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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