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수사 원칙대로” 외치지만…검찰 ‘깊어가는 고민’
선거철 겹쳐 정치적 역풍
수뇌부 ‘신중론’도 부담
물증·증언 확보에 주력
수사하되 처리 미룰수도
수뇌부 ‘신중론’도 부담
물증·증언 확보에 주력
수사하되 처리 미룰수도
“사건을 신고받고 무시하거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데도 수사를 미루는 것 또한 정치적 결정 아니냐?” (이귀남 법무장관·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발언) “여러가지 억측이 나오지만 속도 조절이나 중단 여부는 전혀 논의된 적이 없다. 수사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 소개된 검찰 관계자의 발언) 한명숙(66) 전 국무총리가 한 건설시행사에서 10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은 6·2지방선거를 의식해 ‘수사 연기’를 주문하고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 강행’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검찰 조직 논리상 어쩔 수 없는 상황” 지난 9일 ‘5만달러’ 무죄 선고 뒤 검찰 내부에서는 “우리 수사와 공판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잠시 나왔지만, 금세 자취를 감췄다. 법원·정치권 등과 대척점에 서게 된 검찰로선 자존심의 문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도 “언론이나 여당이 말려도 검찰로서는 이제 (10억 수수 의혹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수사 중단이나 수사 연기를 선언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 수사는 진행하되 처분은 천천히?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강경론이 압도하고 있지만, 수뇌부에선 신중론도 감지된다. 한 전 총리 쪽의 비협조가 확실한 마당에 강제수사를 밀어붙이면 실익은 고사하고 정치적 비난만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수사팀에서도 “한 전 총리의 강제구인은 불가능한 카드”로 일단 유보해두고, 금품수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나 증언 확보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움직일 수 없는 무엇’이 나온다면 검찰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수사든 공판이든 선거철과 겹치는 것은 검찰에 커다란 부담이다. 수사팀과 수뇌부의 ‘온도차’도 변수다. ‘5만달러’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의 판단과 보고에 의지하다 퇴진 요구까지 받게 된 김준규 검찰총장으로선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검 고위 관계자도 “지금 강경론을 얘기한다면 뭔가 번지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를 하나씩 제외하다 보면 갈 길은 하나뿐”이라고 했다. 수사는 물밑에서 차곡차곡 진행하되 그 처리는 지방선거 이후에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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