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보람 하사.
고 박보람 하사는
“시신을 찾을 수만 있다면 눈이 멀어도, 평생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어머니 박영이(48)씨의 간절한 바람대로 박보람(24) 하사의 주검이 침몰 27일 만인 22일 밤 천안함 배꼬리(함미) 연돌 안에서 발견됐다.
박 하사는 평택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2008년 해군 부사관 219기로 임관해, 같은해 11월 천안함에 부임했다.
박 하사는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를 늘 걱정하던 소문난 효자였다. 무릎 수술비 마련을 위해 월급보다 많은 돈을 정기적금에 붓고, 자신은 수당으로 생활비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가 20개월 동안 부어온 정기적금의 만기가 이달이었다.
15일 천안함 함미 인양 뒤 실종자 44명 중 36명은 주검이나마 찾았지만 박 하사의 주검은 발견되지 않아 그가 그토록 아끼던 어머니의 마음을 무던히도 아프게 했다. 박 하사의 가족은 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16일 수색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도 미련은 남아 아들의 물건이라도 찾기 위해 아버지 박봉석(53)씨는 지난 19일, 인양한 함미 내부를 샅샅이 둘러보기도 했다.
박 하사는 또 휴대전화를 가질 수 없는 후임병들이 가족과 전화할 수 있도록 선뜻 휴대전화를 빌려주곤 해, 전화비가 20만원이 넘게 나와도 개의치 않던 다정한 선임병이었다.
한편, 군은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박 하사를 발견할 당시 전투복을 입고 있어 이름표를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군은 연돌 하부에 있는 디젤엔진실과 가스터빈실 부근에 있던 박 하사가 강한 폭발로 인해 위로 튕겨져 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나머지 실종자 7명에 대해선 “함수 인양을 한 뒤 내부 수색을 해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경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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