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희생 장병 유족들이 30일 오후 인천 웅진군 백령도 남쪽 사고 해역에 꽃을 던지며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해군 제공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길…” 국화꽃 바쳐
주검도 찾지 못한 채 고통스런 장례식을 치른 탓인지, 천안함 산화자의 가족들은 퉁퉁부은 눈과 수척한 얼굴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고 바다로 나갔다. 천안함이 침몰했던 바로 그 자리에 멈춰서서, 가족들은 여전히 차가운 물속 어딘가에 있을 아들과 남편을 생각하며 시커먼 바다에 국화꽃을 던졌다.
천안함 산화자 6명의 가족을 포함해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90여명이 30일 백령도 인근 침몰 해역을 찾아 해상 위령제를 지냈다. 유가족들은 이날 새벽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군항에서 천안함과 같은 종류의 초계함인 청주함을 타고 출발해, 낮 12시께 침몰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이번 해상 위령제에는 애초 희생 장병 1명당 유가족이 2명씩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주검을 찾지 못한 산화자 가족들을 위해 일부 유가족들이 불참했다. 이들의 배려로 전날 유품으로 장례를 치른 산화자 6인의 유가족들은 한 가족당 많게는 9명까지 해상 위령제에 참석해 먼저 떠난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산화자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36)씨는 이날 사고 해역으로 출발하기 전 “어제 유품을 가지고 안장을 하는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위령제를 지내면서 경수의 혼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라고 달래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안장식을 마친 유족들은 저녁 8시께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의 가족 숙소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당분간 숙소에 머물며 그동안 자체 조사해 왔던 사고 경위와 추모 모임 결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나재봉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장례식 때문에 미뤄왔던 사고 의혹 논의나 보험 처리 등의 남은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민·군합조단의 조사가 끝나면 함미에 남아 있던 유품도 돌려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민·군합조단이 조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발표하면 이후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과 만나 사고 원인 등 남은 의혹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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