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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괴범 잡았다 놔줘…8살짜리 끝내 주검으로

등록 2005-06-13 19:27수정 2005-06-13 19:27


경찰 ‘어설픈 수사’ 도마…두 범인 통화도 시켜줘

초등학생 납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이 범인을 연행했다가 “혐의가 없다”며 풀어주고, 이 범인으로부터 경찰 수사 사실을 연락받은 공범은 곧바로 납치한 어린이를 살해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3일 초등학교 1학년 김아무개(8)양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노아무개(33)씨와 정아무개(33)씨 등 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씨와 정씨는 10일 오후 3시35분께 서울 강동구 상일동 ㄷ아파트 근처에서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던 김양을 유인해 노씨의 승용차로 납치했다. 정씨는 곧 차에서 내려 노씨와 헤어진 뒤, 오후 4시20분께 공중전화로 김양의 아버지(34)가 운영하는 ㅊ주유소에 “현금 1억5천만원을 준비하라. 그러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딸이 납치됐음을 알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그 뒤 세 차례 김양의 어머니 유아무개(33)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마지막으로 저녁 8시30분께 “고속도로 하남 방면 안전지대에서 기다리라”고 요구한 뒤 연락을 끊었다.

신고를 받고 공중전화 발신지를 추적하던 경찰은 저녁 8시35분께 범인의 발신전화로 확인된 서울 천호동의 한 공중전화 근처에서 정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정씨는 검문 경찰에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공범인 노씨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경찰과 통화까지 시켜 줬다. 경찰은 정씨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했으나 끝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같은 날 밤 11시께 풀어줬고, 정씨는 노씨에게 ‘아이를 풀어주고 도망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씨의 연락을 받은 노씨는 경기도 이천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았고, 김양이 보채고 소리를 지르자 11일 오전 1~2시께 차 안에서 김양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두어 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인근 야산에 김양을 버리고 도망쳤다. 이들은 공중전화 근처 현금지급기에 있던 시시티브이 화면 대조작업을 벌인 경찰에 의해 13일 새벽 인천의 한 피시방에서 덜미가 잡혔다.


이런 경찰 수사과정에 대해 김양의 유족과 수사전문가들은 “경찰의 신중하지 못한 수사가 범인들로 하여금 어린이를 서둘러 살해하게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유족들과 붙잡힌 정씨는 △수사를 하던 경찰관이 공중전화 근처에서 사복으로 갈아입는가 하면 △협박전화 내용을 녹취하지도 않았고 △유씨가 범인과 만나기로 한 곳에는 순찰차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양 아버지와 친구 사이로 밝혀진 노씨는 “돈을 빌려줬던 김씨가 가족들에게 수모를 주면서까지 5천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해 아버지가 대신 갚은 뒤 화병으로 숨진 일이 있는데다, 사업을 하기 위한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5년 전 인터넷게임을 하면서 노씨와 알게 된 사이로, 지난달 초 노씨의 제의를 받은 뒤 함께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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