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충남 당진군 당진포리에서 쌀농사를 짓는 김권식씨가 곰팡이가 슬어 못쓰게 된 모판을 뒤집어버리고 있다. 김씨는 “농사를 아예 집어치우고 싶다”고 말했다.
헐값에 내놓지만 안 팔려
성난 마음에 모판 뒤엎어
한우 농가는 구제역 파동
수입 끊겨 빚얻어 생계도
성난 마음에 모판 뒤엎어
한우 농가는 구제역 파동
수입 끊겨 빚얻어 생계도
지난 6일 쌀 80㎏ 한가마 값이 10만원(농민 판매가격 기준) 아래로 떨어졌다는 충남 당진군 고대면.
사흘 전 근처의 면천농협에 80㎏ 쌀 한가마 9만9천원의 가격으로 5700㎏의 벼를 넘긴 옥현리의 장래영(59)씨는 “20년 전 가격으로 쌀을 내놓고 나니, 도둑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의 11만8천원보다 23.7%, 불과 20일 전보다 10% 급락한 가격. 장씨는 “집에 쌓아둘수록 자꾸만 값이 떨어지는데 별수 없지 않으냐”며 “이제는 더 헐값에 내놓아도 아무도 사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의 강사용(57)씨는 쌀값 폭락과 함께 이상 저온과 구제역의 ‘3중 폭격’을 고스란히 맞았다. 강씨는 1만5천평의 논농사 이외에 3천평의 감자 농사를 짓고 한우 17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상 저온으로 평년보다 20일 늦게 파종한 감자 수입도 20~30%는 줄어들 것 같아요. 평년 같으면 지금쯤 한우 3마리를 내다팔아 1천만원의 현금을 굴렸어야 하는데, 구제역 난리통에 한우 수입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강씨는 마이너스 통장 3천만원도 다 쓰고, 이 친구 저 친구한테 조금씩 빌려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강씨는 쌀값이 이대로 유지되면, 올가을 수확기의 쌀 수입이 지난해 3500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천만원이었던 감자 수입도 600만원 정도는 빠질 것 같다. 혹 수확량 감소로 감자값이 뛴다고 해도 강씨에게 더 돌아올 몫은 없다. 이미 계약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인해 조마조마한 한우 수입이 지난해 2천만원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강씨의 총수입은 지난해 7500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농가의 경영비는 수입의 증감과 상관없이 늘상 오르기만 한다.
논 1만5천평을 임대하는 강씨는 임대료와 농약비료, 사료, 씨감자, 농기계 수리, 연료, 가축용품 비용으로 지난해 4천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비용을 지난해보다 4% 정도만 높여 잡아도, 전체 비용은 4200만원으로 강씨의 올해 순소득은 17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35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고대면 당진포리 집에서 만난 김권식(55)씨는 하늘과 세상에 화풀이를 하듯 모판을 엎어버렸다. “봄 날씨가 습하고 춥다보니 모판에 곰팡이가 슬어서 못쓰게 됐습니다. 올해처럼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적은 처음 같습니다. 농사 지어봤자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판인데, 농사를 다 그만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진/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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