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말헥산에 중독된 뒤 타이로 돌아갔던 타이 노동자 로차나, 싸라피, 씨리난(왼쪽부터)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휠체어에 탄 채 안산의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공항/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타이로 돌아갔던 씨리난 등 3명 재입국 [3판]“한국에서 치료를 해준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17일 저녁 8시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가무잡잡한 피부의 여성 3명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급히 비행기를 타느라 그랬는지 맨발에 샌들만 신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경기 화성시의 엘시디 부품업체인 ㄷ사에서 일하다가 노말헥산에 중독된 뒤 검사 한 번 받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타이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하반신 마비가 심각해지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치료를 해주지 않자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한겨레> 등 언론보도를 통해 노말헥산 집단중독이 사회 문제가 되자, 한국 정부가 이미 타이로 돌아간 여성 노동자들까지 치료해 주겠다고 나서 특별히 한국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이들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증상이 가장 심각한 씨리난(37)은 전혀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고, 최근엔 상반신까지 마비가 와 손으로 숟가락도 들지 못했다고 했다. 돈을 벌어오겠다며 동생에게 돈을 빌려 한국으로 떠난온 지 1년 만에 돈은커녕 병만 얻어서 다시 동생집에 돌아가게 됐던 것이다. 한국 입국을 위해 브로커에게 건넨 수수료도 510만원의 빚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한 달에 46만원밖에 안 되는 기본급으로는 1년을 일해도 빚을 갚을 수 없었다. 씨리난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타이를 방문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씨리난의 6살짜리 딸 깐야납이 내 손을 잡고 ‘우리 엄마 일어나게 해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인디(30·일명 까타이)와 로차나(30)는 간신히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인디는 “혼자 잘 걷지 못해서 화장실 갈 때도 부모님이 부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타이로 귀국해 병원에 한 번씩 다녀왔지만 자신들의 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민간요법에 따라 독을 제거한다는 나무를 달여먹을 뿐이었다. 이들을 맞으러 공항에 나온 주한 타이대사관의 싸롯 타나선띠 공사참사관은 “타이에서는 이들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준 <한겨레> 등 한국 언론과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천응 목사는 “타이에 가서 이들을 만나면서 외국인을 차별하는 한국 사회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친 세 타이 여성 노동자들은 구급차에 올라 같은 증상을 겪는 타이 여성들이 입원한 안산중앙병원으로 향했다. 인천/홍용덕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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