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올레’도 경찰에 가로막혀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주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연 ‘유권자 올레 돌입 선언식’에서 한 공연자가 무상급식 예산 삭감 탓에 물로 배를 채우는 풍자극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시청광장까지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독려하려 ‘올레’ 행진에 나섰으나 경찰이 막아 무산됐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6·2 지방선거를 20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와 선거 쟁점을 알리려는 시민단체들의 시도가 또다시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가로막혔다.
13일 오전 국민주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4곳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 반대와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바라는 유권자들을 거리에서 직접 만나는 ‘올레’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끝자락에는 ‘생기발랄 행동단’이 나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거리 퍼포먼스’를 열었다.
그러자 주변에 대기하던 경찰 100여명이 순식간에 현장을 둘러싼 채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시민단체 회원들은 그 자리에서 일단 ‘철수’했다. 오후 1시께 다시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은 광장 주변을 돌며 시민들에게 홍보 활동을 펼쳤고, 또다시 경찰이 이들의 진로를 가로막으려 술래잡기하듯 따라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몇분 뒤 경찰이 이들을 둥그렇게 포위하면서 세종문화회관~서울광장~명동길 올레는 끝내 무산됐다.
이후엔 “미신고 불법집회이므로 시위용품을 바닥에 두고 즉시 해산하라”는 경찰과 “우리는 캠페인을 했을 뿐 집회나 시위를 한 게 아니다”라는 회원들 사이에 말싸움이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경찰이 모기 한 마리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권자 올레’를 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빼앗긴 ‘불법시위 용품’은 종이팻말, 종이텔레비전, 스티로폼 수도꼭지, 확대한 투표용지가 전부였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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