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돼 대검청사로 압송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박영수 중수부장과 면담 없이 곧바로 11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검찰은 김씨를 다른 피의자들과 똑같이 대우했지만 고령과 건강을 감안해 조사도중에 휴식을 배려한 것이 유일한 혜택이다.
대검 청사에서 가장 큰 조사실에 들어간 김 전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탓인지 4시간 비행에도 피로를 호소했고 이에 검찰은 곧바로 사건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휴식시간을 배려하며 그간의 행적 등을 물었다.
김씨는 1999년 10월 출국했다 5년8개월만에 귀국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채권단과 임원단의 권유를 받아 출국했고 대우 분식회계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임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게될까봐 들어오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프랑스 국적 취득 경위에 대해 "1987년부터 동구권 개척에 뛰어들었고 이들 나라와 수교가 이뤄진 프랑스 국적을 가지는 것이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프랑스국적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북어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뒤 다소 기운을 차렸지만 4년 전 독일에서 받은 심장수술과 장폐색증 수술 후유증으로 안색이 좋지 않았고 본인 입으로 힘들다고 호소해 조사 도중 한 시간 남짓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전 11시부터 본격 시작된 조사에서 검찰은 대우 사태 전반의 윤곽을 그리며김씨가 대우 임원들에게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을 지시했는지 등을 신문했다. 김씨 변호인은 직접 수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김씨가 요청하면 조력을 하기위해 앞방에서 대기했으며 별도로 변호인이 요청한 의료진이 검찰 청사 밖에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했다.
조사는 대검 오광수 중수2과장이 주로 담당했고 이병석 대검 연구관과 조재연검사, 안성욱 검사가 신문에 교대로 참여하며 ㈜대우와 대우차, 대우중공업, 그외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에서 진행하는 수사관련 내용 서류를 검토했다. 사건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은 1t 트럭 한대 분량으로 90만 페이지에 달한다.
김씨는 점심 식사로 된장찌개를 원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은 듯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점심식사 후 김씨는 자주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검찰은 그 때마다 휴식시간을 배려하며 조사를 더디게 진행했다. 검찰 수사관 2명은 김씨가 잠자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조사실에서 철야근무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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