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춘씨
노덕춘씨, 평생 모은 1억 상당 재산 기탁
“공부 잘 하는 학생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와주세요. 혹시 나처럼 부정맥으로 고생하는 학생이 있으면 꼭 도와주세요.” 지난 10일 오전 부산 경남여고를 찾아 1억원어치 금덩이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고 간 노덕춘(77·사진)씨가 남긴 기탁서 내용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재개발지역에 산다는 노씨는 이날 새벽 집을 나서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와 경남여고를 찾았다. 수수한 옷차림에 불편해 보이는 몸으로 작은 배낭을 메고 조갑룡 교장을 만난 노 할머니는 자신을 이 학교 25회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뒤 “후배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작은 주머니 4개를 꺼내 놓았다. 주머니 안에는 크고 작은 금덩이 10여개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모두 2175g(578.7돈쭝)으로 시가 1억 원이 넘는다. 그는 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꺼낸 뒤 “훌륭한 선생님들한테서 많이 배웠고,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게 항상 자랑스러웠다”며 “이렇게 은혜를 입은 모교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늘 생각을 해왔다”고 금덩이를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노 할머니는 지병인 부정맥 때문에 결혼조차 포기하고 20여 년 전 부모와 사별한 뒤 지금껏 혼자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몸이 불편해 평생 변변한 직업도 갖지 못한 채 노점과 행상을 해왔고 최근엔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한달 45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천안함 유가족들을 위해 75만원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그는 조 교장이 “전달할 학생이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다”며 연락처를 묻자 “내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 연락은 필요없다.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만 남긴 채 걸음을 되돌려 바로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장은 “할머니가 사는 집도 재개발 지역이어서 언제 헐릴지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후배들을 위해 내놓으신 것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기부한 금괴를 은행에 맡겨놓고 할머니의 뜻에 따라 학교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용처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경남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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