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차를 타고 대검찰청으로 향하려 하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원상회복투쟁위원회 회원들이 경찰차를 가로막고 있다. 인천공항/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처벌"구호속 김씨 "책임지러 귀국"
초췌한 모습으로 입국장 걸어나와
5년8개월여 만에 입국한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예상과 달리 휠체어가 아닌 두 발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원상회복 투쟁위원회와 민주노동당 관계자 60여명은 “김우중을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 전 회장은 14일 오전 5시38분께 인천공항 입국장에 나타났다. 그를 위해 준비했던 휠체어는 옆으로 치워졌다. 대기하고 있던 검찰 수사관들에게 즉시 체포된 그는 입국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6시5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그는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한 뒤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간단한 아침식사 뒤 오전 11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한 그는 “지난 5년8개월 동안 독일, 수단, 프랑스, 베트남에 머물렀다”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법무부는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되면 환자나 70살 이상의 고령자를 수용하는 서울구치소 안 ‘병사’에 수용할 예정이다. ◇…앞서 김씨는 13일 오후 김앤장 법무법인 변호사와 주치의인 소의영 박사 등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 정부의 배려로 정식 출국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동차 편으로 아시아나항공 734기 앞쪽까지 들어와 비행기에 올랐다. 해고투쟁위 시위 경찰과 격한 몸싸움
서울구치소 '고령자 병사'수용예정
아시아나항공 쪽은 김씨가 탑승한 비즈니스석과 기자들이 탄 이코노미석을 차단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김씨는 14일 오전 3시30분께 약 7분 동안 기내 회견을 했다. 감색 양복과 연한 분홍색 넥타이 차림에 면도를 하지 않은 꺼칠한 모습의 그는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아주 좋지 않다. 부축해야 할 정도다. 5년 동안 계속 병이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동기에 대해 “몸이 아팠고, 내가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옛 대우그룹 소액주주로 구성된 대우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김씨에 대한 공과를 논하기 전에 분식회계의 고의 은폐 및 관련자 도주 때 증권거래법상 소송 시효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안 망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김씨에 대한 처리가 구속수감, 병보석이나 집행유예, 형벌 선고, 사면의 수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김씨가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의 측근들은 이날 ‘세계경영’과 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언론의 균형잡힌 접근을 강조했다. 홍대선 정남기 김태규, 인천공항/이호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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