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이 귀국한 14일, 옛 대우가족 커뮤니티인 하이대우 사이트 대문에 귀국 환영 포스터가 걸렸다.
대우인 커뮤니티 ‘하이대우’에 쏟아진 존경과 눈물의 헌사 “정말이지 기나긴 시간을 해외에서 편치못한 심경으로 지내오신 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픔니다. 아침 일찍 TV를 켜고 당신의 얼굴을 뵈니 정말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회장님 곁에는 옛 대우인이 잊지 않고 있습니다.”(길동이와) “오늘 김우중 회장님의 귀국사진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초췌하신 모습에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세월에 늙어 버린 가냘픈 어깨의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핑돕니다.”(윤소영) “무슨 잘못이 있다고 고령인 분을 고국의 흙냄새도 맡기 전에 그들이 잡아갑니까? 김우중 회장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건강하셔야 치욕도 이기실 수 있습니다.”(정재연) 5년8개월 동안 해외를 떠돌다 14일 한국에 입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는 41조원대 분식회계와 이를 이용한 9조2천억원 대출사기, 200억달러(25조원)를 해외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입국하자 마자 고국의 흙냄새도 맡지 못하고 검찰에 구속되었다. 세상은 그의 공적과 사법 처리를 놓고 시끄러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영으로 한국경제에 한 축을 이뤘던 대우신화의 부활을 꿈꾸며 그의 귀국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다. 전직 대우그룹 임직원들과 ‘인간 김우중’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사이트 하이대우(www.hidaewoo.com) 게시판에는 김 전 회장이 귀국한 14일을 전후로 눈물나는 사연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이대우인들은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 위대한 경영인”이라며 때아닌 ‘김비어천가’를 쏟아내고 있다.
“김 회장 응원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자” “경제발전을 위해 김 회장을 복귀시키자” 하이대우인들은 김 회장의 귀국에 환영과 울분을 토하며 그의 복귀를 주장했다. ‘대우인’은 “김우중 회장님의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활을 하여 대한민국이 10대 무역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던 대우,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대우, 개발도상국에 경제 발전의 모델을 보여준 대우, 세계속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주신 김우중 회장님”이라고 감격했다. ‘방문자’는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의 공적은 허망한 물거품처럼 되어버리고 지금은 죄인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나타났다”며 “역사에서 보면 실패하면 역적이고 성공하면 황제가 되듯 그냥 가슴이 착찹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병석’은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대우 가족과 대우 협력사 가족, 대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김 회장님을 위한 응원 모금운동을 전개하자”며 “1인당 1만원씩 10만명을 조직해 10억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송기석’은 “회장님의 업적과 과오는 훗날 역사가 말해 줄 것”이라며 “회장님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처럼 다시 한번 세계 속에 한국을 빛내고 국가발전의 리더가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마’는 “국민통합과 국가경쟁 발전을 위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고 끝없는 용서와 사랑으로 김우중 회장이 다시 재계에 복귀해 평생을 국가에 보은토록 하자”고 말했다. “걸출한 CEO 김 회장과 대우가족의 명예회복의 기회” 하이대우인들은 대우와 대우 가족의 명예회복의 기회가 왔다고 흥분했다. ‘강희규’는 “다시금 옛날의 영화를 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회장님과 대우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었던 그들을 단죄하자는 것도 아니다”며 “결코 대우가 민족의 반역자가 아니었고, 그 순수한 열정과 패기만으로 세계를 경영코자 하였던 자랑스런 대우인들의 명예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세대가 대우를 제대로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그 명예를 지키고자 할 따름”이라며 “한때 세계를 호령코자 하였던 패기의 대우가 있었고, 그 가운데 김우중 이라는 걸출한 CEO 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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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신화 부활의 꿈’…“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김우중 복귀에 따른 하이대우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우신화의 부활에 있는 듯했다. ‘대우부활’은 “거두절미하고 다시 한번 김 회장님께서 강한 리더십으로 옛 대우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명맥만은 이어 다시 대우의 부활을 이루셨으면 한다”며 “대우, 세계경영, 대우가족, 다시 한번 그 날을 위해 우리 모두 화이팅!, 회장님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대우건설 하도급을 했다는 ‘건설맨’은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세계 경영의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대우맨들이여! 대동단결하여 엣날 대우를 노래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내세운 세계 경영의 꿈도 대우신화 부활의 꿈도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피해자대책위 박창근 위원장은 김 전 회장의 복귀를 꿈꾸는 사람들을 겨냥해 “박정희 독재정치를 잊지 못해 박정희 향수병 걸린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며 “무엇보다 지금은 기업사냥과 분식회계와 정경유착의 김우중식 경영이 통하는 시대가 아닌만큼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밝힐 것은 밝히고, 배상할 것은 배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하이대우인들의 부활의 꿈은 구슬프게 들린다. “대우주 해와 달이… ‘대우가족’이란 말이 참 듣기 좋았는데, 언제 다시 그 깃발 아래 대우가족의 노래를 부를 수가 있을까. 젊은날 아침 조회 때마다 부르던 그 노래 그 시절. 다시는 갈 수 없는 시절. 초여름 바람에 반백의 머리를 휘날리는데, 오늘 따라 눈물이 나려 한다. 주책같이…”(반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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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대우 사이트는?
2002년 3월 개설된 이 사이트는 대우에 대한 그릇된 평가와 손가락질을 바로잡고 흩어진 대우가족의 목소리를 다시 모아 나가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이 개설 취지다.
이 사이트는 김우중 전 회장의 귀국 시점에 맞춰 홍보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선 백기승 전 대우 구조조정본부 이사가 개설했으며, 대우 계열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이사는 사이트 개설의 변에서 “‘대우가 잘못했다’, ‘대우가 망했다’는 현실과 세평을 부정하거나 변명하고 싶지 않다”며 “그러나 ‘마치 대우가 우리 경제를 망친 사기꾼 집단(?)이었으며 대우가족 모두가 그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매도되는’ 불명예만은 반드시 벗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백 전 이사는 또 “예기치 않은 해체로 뿔뿔이 흩어져버린 대우가족의 목소리를 다시 모아 나가는 창구를 만들어 보고자하는 욕심이 ‘Hi Daewoo’ 탄생의 또 다른 이유”라며 “사실에 입각한 진실로 무장된 대우가족이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왜곡되고 폄하당한 우리 명예는 다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이트는 개설 취지에 맞게 ‘대우가 있습니다’, ‘대우역사관’ 등 기업 홍보코너와 해외로 도피할 당시 김 전 회장의 고별사, 인간 김우중, 사진으로 보는 김우중 등의 코너로 꾸며졌다. 또 ‘보고픈 대우인’, ‘옛 동료를 찾습니다’ 등의 코너는 흩어진 대우인들의 커뮤니티라는 성격이 잘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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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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