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신흥 5·27 민주화운동 30돌 기념식’을 마친 전주 신흥고 재학생과 80년 당시 시위 참가 동문들이 전주천을 따라 시내 롯데백화점 근처 백제교까지 시위 구간을 답사하고 있다. 신흥고 제공
5·18 학내 시위 신흥고 학생 27명 ‘명예회복’
“1980년 5월27일 교내에서 일어난 시위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한 정의로운 행위였음을 인정해 당시 관련 학생 27명이 받은 징계는 무효임을 선언합니다.”
전북 전주 신흥고(교장 박재하)는 지난 29일 ‘신흥 5·27 민주화운동 30돌 기념식’을 열어, 당시 시위 주도로 징계받은 학생들을 복권시켰다. 비상계엄 철폐와 유신잔당 척결을 외쳤던 동문들의 시위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끌어안은 것이다.
80년 5월27일 3학년 이강희·이우봉씨 등 학생들은 총궐기를 계획했다. 당시 각 반 실장과 종교부장 등은 광주 출신 동기들로부터 광주 상황을 전해듣고 ‘아! 민족사의 비극이다’라는 유인물을 만들었다. 다른 학교와 연합 시위도 계획했다. 그러나 광주가 무력으로 진압된 27일, 학교는 군인들로 둘러싸여 거리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교사들의 저지로 학생 1500여명은 스크럼을 짜고 운동장을 돌았다. 한 학생은 ‘애국 신흥인에게 고함’이라는 유인물을 낭독하며 “우리를 말리는 선생님들은 역사의 반역자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시위는 교내 강당에 모여 시국토론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강희씨 등은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전주 시내 곳곳을 돌며 유인물을 돌리다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퇴학 2명·휴학 1명·무기정학 7명·3주 정학 3명·2주 정학 12명·1주 정학 2명 등 모두 27명이 징계를 받았다.
퇴학을 당했던 이우봉(48)씨는 “15년 전 광주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으나, 그 뒤로도 15년이 더 흘러서야 명예가 회복되니 늦은 감이 있다”며 “학교에 5·27 민주화운동 기념탑을 세울 예정인만큼, 학교도 이날을 신흥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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