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노사이트 운영 누명에 자살까지 시도”
‘익명성과 빠른 전파성을 무기로 한 사이버 세계의 폭력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일반인 누구라도 삽시간에 파렴치한이나 극악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사이버 폭력’에 대응해 ‘사이버 윤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숙한 사회 가꾸기모임’이 개최한 ‘정보통신 윤리와 성숙한 사회’ 토론회에는 연예인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70)이 나와 어느날 포르노사이트 운영자로 몰린 사연을 털어놨다. 트위스트 김은 3월 서울 원효대교에서 투신하려다가 주변 사람의 제지로 그만뒀다. 그는 이 시도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포르노사이트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손녀가 “‘너희 할아버지가 벌거벗은 여자 장사를 한다’고 놀린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피시방 직원을 시켜 인터넷을 뒤져보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단 포르노사이트가 27개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트위스트 김이 포르노사업자와 동업을 한다’는 등의 소문들이 그의 귀에 들려왔고, “돈이 그렇게 좋나”는 등의 항의 전화도 받았다. 하지만 외국에 서버를 둔 사업자들을 처벌하는 게 쉽지 않고, 수사도 미온적이라고 생각한 그는 우울증을 앓던 끝에 자살까지 시도했다. 4월에는 트위스트 김의 이름을 도용한 사업자 한 명이 기소됐지만, 그는 “아직까지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사이버 인격살인' 심각…개똥녀·성폭행 가해자
무분별 사진유포 예사…“온라인 윤리 전개해야”
지난달 31일 인천에서는 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도둑으로 몰린 게 억울하다며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누리꾼(네티즌)이 “원한을 풀어 줘야 한다”며 미니홈피에 ‘가해 학생’ 7명의 이름과 사진을 올렸고, 하루 2만명의 방문자가 몰리며 미니홈피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터넷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녀 사냥을 그만두자”는 댓글도 붙고 있다. 또 최근 지하철 객차 안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개똥녀’ 사건에서도 그의 사진과 소속 학교 등이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돼, 사이버상에서 뭇매를 맞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라는 설명이 붙은 엉뚱한 사진이 돌기도 했고, ‘외국인과 음란파티를 벌인 한국 여성들’ 사진이 유포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사진들은 ‘퍼나르기’를 통해 순식간에 사이버 공간을 도배하고, 하루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해 확인도 안 된 사실을 근거로 심한 욕을 퍼부어대는 ‘인격 살인’이 예사로 벌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지원 정보통신윤리위원장은 “이런 사건들은 인터넷이 편리한 도구이지만, 무서운 흉기로도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도적 보완과 함께 온라인상의 ‘양심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익명성과 빠른 전파성을 무기로 한 사이버 세계의 폭력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일반인 누구라도 삽시간에 파렴치한이나 극악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사이버 폭력’에 대응해 ‘사이버 윤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숙한 사회 가꾸기모임’이 개최한 ‘정보통신 윤리와 성숙한 사회’ 토론회에는 연예인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70)이 나와 어느날 포르노사이트 운영자로 몰린 사연을 털어놨다. 트위스트 김은 3월 서울 원효대교에서 투신하려다가 주변 사람의 제지로 그만뒀다. 그는 이 시도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포르노사이트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손녀가 “‘너희 할아버지가 벌거벗은 여자 장사를 한다’고 놀린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피시방 직원을 시켜 인터넷을 뒤져보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단 포르노사이트가 27개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트위스트 김이 포르노사업자와 동업을 한다’는 등의 소문들이 그의 귀에 들려왔고, “돈이 그렇게 좋나”는 등의 항의 전화도 받았다. 하지만 외국에 서버를 둔 사업자들을 처벌하는 게 쉽지 않고, 수사도 미온적이라고 생각한 그는 우울증을 앓던 끝에 자살까지 시도했다. 4월에는 트위스트 김의 이름을 도용한 사업자 한 명이 기소됐지만, 그는 “아직까지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사이버 인격살인' 심각…개똥녀·성폭행 가해자
무분별 사진유포 예사…“온라인 윤리 전개해야”
지난달 31일 인천에서는 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도둑으로 몰린 게 억울하다며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누리꾼(네티즌)이 “원한을 풀어 줘야 한다”며 미니홈피에 ‘가해 학생’ 7명의 이름과 사진을 올렸고, 하루 2만명의 방문자가 몰리며 미니홈피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터넷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녀 사냥을 그만두자”는 댓글도 붙고 있다. 또 최근 지하철 객차 안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개똥녀’ 사건에서도 그의 사진과 소속 학교 등이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돼, 사이버상에서 뭇매를 맞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라는 설명이 붙은 엉뚱한 사진이 돌기도 했고, ‘외국인과 음란파티를 벌인 한국 여성들’ 사진이 유포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사진들은 ‘퍼나르기’를 통해 순식간에 사이버 공간을 도배하고, 하루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해 확인도 안 된 사실을 근거로 심한 욕을 퍼부어대는 ‘인격 살인’이 예사로 벌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지원 정보통신윤리위원장은 “이런 사건들은 인터넷이 편리한 도구이지만, 무서운 흉기로도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도적 보완과 함께 온라인상의 ‘양심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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