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정진석 천주교 서울교구 대주교가 만나 ‘생명윤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체세포 핵이식과 기증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핵심 쟁점은 정 대주교가 11일 성명을 통해 지적했듯이 ‘수정란’을 생명으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생명의 시작은 언제?=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해 종교·윤리학계, 생명공학·의학계는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 등 종교계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생명으로 간주한다. 반면 의학계에서는 대체로 모체의 자궁 밖으로 나와도 독립된 생존이 가능한 24주가 지난 뒤를 생명으로 본다.
생명공학계에서는 수정 뒤 2주 이후를 생명체로 본다. 이 시기 이전에 수정란이 분열해 생긴 배아(전배아) 세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똑같은 개체로 발전할 수 있고, 세포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체성’ 측면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윤리학자들은 세포를 분리시켰을 때만 한 인간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세포들 사이에 서로 한 개체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상호 작용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황 교수팀의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줄기세포를 수정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종교계에서는 자궁에 착상할 경우 복제인간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수정란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안규리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수정란을 만든 것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에서 나온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세포 치료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체세포 핵이식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킨다면 인간복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난자 채취 안전성 및 생명윤리법 개정 논란=이번 생명윤리 논란과 관련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개정해 난자 채취와 배아줄기세포 등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거나 관련 지침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난자의 자발적 기증 부분이다. 연구팀 쪽에서는 난자 채취 과정에서 본인의 동의를 받았고, 합병증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난자 채취 동의 과정과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밀드레드 조 교수(소아과)는 지난달 20일(한국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팀의 동의서를 살펴본 결과, 난자 채취로 인한 불임과 사망의 위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영모 울산의대 교수(의료윤리학과)는 “신약 임상시험을 할 때 작은 위험성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설명하도록 돼 있는 것처럼 난자 채취 과정에서도 난소과자극증후군(OHSS)과 같은 구체적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문서로 남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자칫 무분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현행 생명윤리법에는 난자 채취나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조차 없다”며 “생명공학이냐 생명윤리냐라는 획일적·대립적 사고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률을 좀더 정치하게 만들고 특정 분야별로 개별 법률을 제정하거나 정부 차원의 지침을 만들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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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자칫 무분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현행 생명윤리법에는 난자 채취나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조차 없다”며 “생명공학이냐 생명윤리냐라는 획일적·대립적 사고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률을 좀더 정치하게 만들고 특정 분야별로 개별 법률을 제정하거나 정부 차원의 지침을 만들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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