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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우리술 마시며 골맛에 취해보세요

등록 2010-06-11 21:47수정 2010-06-13 00:21

독립영화 감독 장기철(48)씨
독립영화 감독 장기철(48)씨
또하나의 월드컵 ‘막걸리 월드컵’ 연 장기철씨
“맥주로 하는 취중응원 그만”
32종 막걸리 토너먼트 대결
승부 상관없고 반칙도 환영

“남아공 월드컵은 공명정대한 ‘진검승부’여야 하지만 ‘막걸리 월드컵’은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맥주 대신 국가대표 우리술인, 막걸리를 마시며 재미나게 응원하자는 놀이판이니까요.”

 서울 홍대 앞에 위치한 막걸리 전문점 ‘친친’에서 11일 저녁 또다른 월드컵 개막전이 열렸다. ‘32강 막걸리 시음회’, 이 집 주인이자 독립영화 감독인 장기철(48·[사진])씨와 문화콘텐츠집단 물불이 벌인 판이다.

 이 개막전에서는 개최국 남아공을 대표하는 포천쌀막걸리 골드와 멕시코로 분한 참살이탁주가 공 대신 맛으로 일전을 치뤘다. 실전에선 무승부였지만 여기선 ‘남아공’이 이겼다. “포천골드막걸리는 이동막걸리·상신주가·배상면주가·조은술 등 강력한 도가들이 즐비한 포촌에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지요. 2000년 북한에 가져간 30가지 막걸리 중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가장 맛있다고 꼽았다는 일화도 있어요. 사실은 금색 상표와 한때 골드러시의 엘도라도였던 남아공의 이미지를 ‘억지로’ 꿰맞춘 셈이죠.”

 그의 솔직한 고백대로, 32강 출전국과 짝지운 막걸리의 선정과정은 다분히 작위적이다. 심지어 일부는 친분관계로 추천받은 ‘정실 배정’도 있다. 우선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각 지자체 추천을 받아 선발한 ‘16강 막걸리’를 그대로 출전시켰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식처럼 기존 전통주 시장의 강자 중에서 톱시드 8개를 배정했다.

 그 가운데 한국대표로 뛰는 배혜정 누룩도가의 호랑이막걸리는 그와 물불에서 개발에 참여해 한정판매하는 ‘한국팀 16강 기원주’다. “대표적인 편파 선정 사례”다. 또 북한팀으로 지정된 연천 율무막걸리(주선대)는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의 물로 만들어 ‘남토북수’라는 명분을 높이 샀다. 이밖에 잉글랜드=원당 배다리햅쌀, 독일=태인 송명섭, 네덜란드=당진 하얀연꽃, 이탈리아=부산 금정산성, 브라질=서울탁주 월매, 스페인=우리쌀로 빚은 국순당생막걸리 등이다.

 1989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96년 <홈리스>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던 그는 90년대 초부터 부업으로 시작한 친친에서 오랫동안 일본 술인 사케나 유럽산 와인을 취급했다. 그러다 3년 남짓 캄보디아 유랑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4월부터 막걸리 전도사로 변신했다.

 ‘절친’인 방송작가 박경덕씨 등과 일종의 우리술 우리문화 콘텐츠집단인 ‘물불’을 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술평론가 허시명씨와 ‘막걸리학교’를 열어 마니아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9 누보막걸리’를 기획해 우리 햅쌀로 빚은 막걸리로 ‘보졸레 누보’ 인기와 맞짱을 떴다. 지난 2월엔 국회포럼에서 ‘막걸리는 우리쌀입니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쌀 소비 촉진제로서 막걸리 정책의 필요성을 여론화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용 ‘막걸리 월드컵’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올려놓았다.


 “막걸리 열풍 덕분에 시장규모도 수백억대에서 수천억대로 가파르게 커지고 있긴 하지만 전체 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그는 전국 800여개 전통 양조장의 특성을 살리는 세심한 막걸리 정책을 제안했다.

월드컵 기간에 누구나 참여해 32개 막걸리를 각각 시음한 뒤 인기투표를 통해 16강-8강-4강이 정해지면 마지막날인 새달 11일 우승 막걸리를 가린다. 한편에는 일본 오사카 쓰지 출신의 마이스터 셰프 최인씨가 개발한 독창적인 막걸리 안주류가 뷔페형식으로 제공된다.

 “어느 제품이 우승하는지도 흥미롭겠지만, 중요하진 않습니다. 물론 아무런 포상도 없구요. 그저 화제를 일으켜서 막걸리가 축제의 술로 널리 유행하길 바랄 뿐입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물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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