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휴대용 신원조회기 사용 건수
경찰, 차량조회까지 5485만건…불심검문도 급증
직무법 개정안 처리 앞두고 인권단체 반발 확산
직무법 개정안 처리 앞두고 인권단체 반발 확산
경찰의 ‘마구잡이식’ 불심검문 및 신원조회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가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14일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과 2009년 서울 지역 경찰이 ‘휴대용 신원조회기’를 이용해 신원조회와 차량조회를 한 건수가 각각 6014만여건과 5485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회 건수 가운데 직접 시민의 신원을 조회한 경우는 2008년 710만여건, 2009년 644만여건이었으며, 차량(이륜차 포함) 조회 건수는 각각 5300만여건, 4800만여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가 1046만명인 것과 단순 비교하면, 서울 시민 열 명 가운데 예닐곱 명이 해마다 길거리에서 신원조회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휴대용 신원조회기는 2000년을 전후해 현장에서 수배자·수배차량을 쉽게 가려내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 한 달에 다섯 차례 정도 불심검문을 당했다”며 “경찰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범죄 혐의가 없는 시민들도 닥치는 대로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회기 사용 자격이 없는 전·의경들이 경찰관을 대신해 휴대용 신원조회기를 사용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나라당은 불심검문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위원장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을 이달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밀어붙일 태세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경찰관의 직권남용으로 시민들의 인권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해당 법안을 즉각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 인권단체는 지난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들은 △신분증 제시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사라지고 소지품 검사 범위가 확대돼 헌법적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 △경찰서 유치인을 상대로 신체검사나 포승·수갑 사용을 자의적으로 할 우려가 더 커졌다는 점 △경찰관의 직권남용죄에 대해 벌금형을 신설해 처벌 의지가 약화됐다는 점을 특히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해당 법률안에 대해 ‘신체의 자유와 진술거부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강제절차가 아니라 임의절차임을 명백히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동안 그 앞으로 순찰중인 경찰관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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