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공장 준공식 간 공무원등
경찰, 주체탑 참배여부 등 조사
인도적 목적 방북 이례적 수사
경찰, 주체탑 참배여부 등 조사
인도적 목적 방북 이례적 수사
경찰이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인도적 목적으로 북쪽을 방문한 민간인과 공무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김일성 주석의 동상 앞에서 묵념한 경기도 파주시 의원 4명을 검찰이 수사한 적이 있지만, 인도적 목적에서 북쪽을 방문한 민간인과 공무원을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울산경찰청 보안과는 15일 “2007년 3월16~20일 평양 모란봉구역 국수공장 준공식에 참여한 울산지역 방북단 27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달부터 노무현 정부 시절 방북한 인사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협의회장과 지역 농협조합장, 향우회장 등 보수 성향의 지역 인사를 포함해 국수공장 기계 구입비 일부를 보조한 울산시 공무원 2명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평양 만수대 김일성 주석 동상과 주체사상탑 앞에서 참배했는지 △북의 민족화해협의회와의 만찬에서 친북 발언을 했는지 △공식 일정 외에 북쪽 인사와 별도로 회합했는지 △김일성 생가 방문 때 방명록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방북 인사는 “조사받은 사람 대부분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 쪽인데다, 지난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고 방북한 것인데도 3년 지난 일을 뒤늦게 조사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을 돕기 위해 공안사건을 만들려 했던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종훈 우리겨레 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남쪽 민간인들이 평양을 방문하면 김일성 주석 유적지를 참배하도록 요구받는데다, 현지에서 북의 요구로 이런 일정이 추가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일을 문제삼으면 참여정부 시절 방북한 민간인 대부분이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 보안과 관계자는 “북쪽으로부터 요구받은 참배가 아니라 방북자가 의도적으로 참배했거나 적극적으로 김일성 주석에 대해 찬양·고무했다면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된다”며 “오래전부터 확보한 물증을 바탕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오히려 수사 속도를 늦췄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울산시교육청,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 등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쪽을 돕기 위해 시민 성금 1억원과 울산시 지원금 1억원 등 2억원을 모아 국수기계를 구입한 뒤 북에 기증했다. 북쪽은 평양 모란봉구역 터 200여㎡에 국수공장을 준공했으며, 감사의 뜻으로 울산 지역 민간인과 공무원들을 초청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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