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담은 서한을 유엔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것에 항의하는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6월15일 오후 서울 종로 효자동 참여연대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가스통·시너·오물까지…‘안보리 서한’ 십자포화
정부 힘 안통하는 시민단체 ‘붉은색 낙인’ 찍기
정부 힘 안통하는 시민단체 ‘붉은색 낙인’ 찍기
[뉴스분석] 극단 치닫는 ‘참여연대 마녀사냥’
욕설과 폭행, 가스통과 시너…. 18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벌어진 닷새째 집회에선 결국 오물까지 등장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평화적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한 비판은 ‘이적행위·매국노’라는 감정적 비난으로 치닫고 있다.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은 참전용사전우회, 고엽제전우회 등 극우 성향 단체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참여연대에 대한 이런 ‘마녀사냥’은 안보 문제에 예민한 극우단체들의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불리한 정세를 돌파하려는 ‘희생양 삼기’를 넘어, 현 정부의 주류인 보수세력과 그동안 현 정부에서 소외돼 왔던 극우세력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안보문제를 지렛대 삼아 보수·우익단체들에 먼저 메시지를 던진 건 정부다. 이례적으로 외교통상부, 청와대, 총리실까지 나서 날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언은 총리가 지녀야 할 ‘품격’과는 한참 거리가 있을 정도로 감정적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특정 시민단체를 거론하며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과거엔 없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위원은 “이번 서한 발송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라며 “정국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현 집권세력에게 참여연대는 쓰러뜨려야 할 ‘진보세력’의 상징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로 임기를 시작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며 느끼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특정 단체에 대한 십자포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참여연대일까.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참여연대가 지금껏 극단적인 주의·주장이 아닌 합리적인 활동으로 비교적 폭넓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신 교수는 “정부가 강제력을 통해 참여연대를 억압하기 힘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낙인을 찍고 왜곡된 이미지를 생산해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의도를 현실화시키고 뒷받침하는 것이 보수언론·단체, 그리고 검찰·경찰 등 공권력이다.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는 닷새 동안 참여연대의 서한과 관련해 22건의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17건, <동아일보>는 12건이었다. 언론이 나서자 평소 우익단체와 거리를 둬왔던 보수단체들도 성명이나 세미나를 통해 ‘참여연대가 북한을 돕고, 정부 외교를 흠집내려 했다’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경찰은 집회 저지에 소극적이고, 검찰은 ‘수사를 하겠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런 결과로, 닷새 동안 참여연대 앞은 우익단체들의 과격 행동이 마음껏 표출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극우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 그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진욱 교수도 “보수층에서 극단적인 행동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이들은 자신들이 보수층을 대변해 행동하고 있다는 영웅주의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이런 결과로, 닷새 동안 참여연대 앞은 우익단체들의 과격 행동이 마음껏 표출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극우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 그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진욱 교수도 “보수층에서 극단적인 행동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이들은 자신들이 보수층을 대변해 행동하고 있다는 영웅주의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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