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32공구 낙단보 공사 현장에서 수문 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18일 4대강 공사 구간에 설치되는 16개 보의 공정률이 36%에 이르고, 한강 이포보와 낙동강 낙단보 등 6개 보에 수문 설치공사가 시작됐다고 밝히며 이 사진을 공개했다. 국토해양부 제공
공정률 앞당겨 속도전
“홍수땐 큰 피해 우려”
“홍수땐 큰 피해 우려”
6·2 지방선거 뒤 4대강 공사 중단 여론이 거센데도 정부가 보(댐)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설치하는 공사를 최근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수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한강의 이포보와 금강의 금남보·금강보, 낙동강의 칠곡보·구미보·낙단보 등 6개 보의 19개 수문 가운데 12개다. 4대강에 설치되는 16개 보의 공정률은 36%로, 애초 일정보다 4%포인트가량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수문은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가동보로, 홍수를 예방하고 오염토를 흘려버릴 수 있어 수질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국토부는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장마철이 오기 전에 보 주위에 설치된 가물막이를 거둬 없앨 예정인데, 가동보는 가물막이를 없애기 전에 만들지 않으면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진척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홍보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4대강 속도전의 일환임을 실토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국토부가 각 보의 수리모형실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수문 공사까지 강행하면 오히려 홍수피해와 수질오염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정부가 수문 운영계획을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홍수 때 수문이 열리지 않거나 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구를 의뢰한 수문운영 계획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온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1곳을 뺀 15개는 수리모형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를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모형실험이 5월 말까지 끝나면 그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물하천국장은 “낙동강·영산강·금강의 하굿둑은 가동보로 만들었지만 하굿둑 주변의 수질이 가장 나쁘다”며 “정부는 가동보에 대해 좀더 정확한 조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정부의 4대강 속도전은 ‘도박꾼의 심리’를 연상하게 한다”며 “전체 10%도 안 되는 ‘원금’(예산)을 썼기 때문에 나머지 90%도 써야 한다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도박을 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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