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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전쟁은 생명·돈 앗아가는 쓸모없는 짓”

등록 2010-06-24 18:12

사진기자 에고시 히사오
사진기자 에고시 히사오
한국전쟁 종군 아크메사진통신 사진기자 에고시 히사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된 뒤 촬영지라며 춘천에 여행가는 일본인들이 많은데, 나한테는 ‘격전지’였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침낭 하나에 의지해 며칠씩 눈밭에서 밤을 지새던 일도 생각나고.”

에고시 히사오(83·사진)에게 한국은 여전히 60년 전 일어난 전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아크메사진통신(<유피아이>(UPI) 통신 사진부로 통합) 도쿄지국의 사진기자로 1951년 7월부터 53년 휴전 때까지 한국에 파견돼 있었다.

2차 세계대전·베트남전도 취재
“60년 휴전 상태 빨리 해소해야”

전쟁 발발 소식을 들은 날 바로 가고 싶었지만, 일본을 통치하고 있던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일본인에게는 비자를 내주지 않아 1년을 기다렸다.

그는 그때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세살 때부터 3년간 서울 견지동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5학년 4년간은 평양 선교리에서 살았다. 그런데 다시 온 두 고향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서울은 바로 5년 전 (미군의 도쿄대공습 때) 도쿄의 모습이었어요. 건물은 다 부서지고, 불에 타고….”

요코하마의 일본신문박물관은 27일까지 ‘한국전쟁 60년-전장의 기록’이란 사진전을 열고 있다. 비참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는 이 전시회에 그도 취재도구와 사진 등 8점을 내놓았다. 그는 “휴전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휴전선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정말 서로 치열하게 싸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휴전회담 반대시위가 한창이던 53년 6월, 인천에서 월미도로 가는 길을 가득 메운 채 미군기지를 향해 전진하던 시위대 앞에서 홀로 사진을 찍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시위대 중에도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세 번이나 전쟁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이어, 60년 베트남 전쟁 때도 사진 기자로 종군했다. “전쟁이요? 참으로 쓸모없는 짓이지요. 생명과 돈을 수없이 앗아가는….”

그는 ‘명분없는 베트남 전쟁’을 취재중이던 61년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사진기자 일을 아예 그만두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에 가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전쟁은 멈춰있는 것이지,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는 “60년 가까이나 계속된 휴전 상태를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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