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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똥녀’ ‘X파일’ 때문에 인터넷실명제 필요?”

등록 2005-06-16 16:48수정 2005-06-16 16:48

인터넷실명제 군불때기 모락모락…시민단체 반발 움직임

지난 총선 때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었던 인터넷실명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에는 정치권이 인터넷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방과 흑색선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개똥녀’, ‘연예인 X파일’ 등 사이버 폭력과 명예훼손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해찬 총리, “사이버폭력 막기 위해 실명제 검토하라”

이해찬 총리는 지난 14일 4대폭력 근절을 위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사이버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할 영역과 그렇지 않을 영역을 구분해 개인의 명예훼손을 방지하면서도 공익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이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사이버테러가 급증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실명제 도입을 위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최근 여론도 찬성과 반대가 6대 4 정도로 우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실명우대제(게시판 실명확인제)를 우선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통부는 곧바로 8월 말 전문가에게 사이버 폭력 대책연구를 의뢰해 10월 말까지는 구체적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령 개정 또는 입법이 필요할 경우 12월까지 관련 법령에 대한 개정(안) 또는 제정안을 마련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인터넷실명제 도입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최근 사이버 폭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욕설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1월 ‘연예인 X파일’사건이나 최근의 ‘개똥녀’ 사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형법상 처벌보다 훨씬 가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에 접수된 각종 사이버 범죄 신고건수도 2002년 11만8868건, 2003년 16만5119건, 2004년에는 20만건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관련기관의 신고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처 나봉화 과장은 “실명제 논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 당면한 과제중에 하나”라며 “깨끗한 인터넷을 위해 실명제를 추진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나 과장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실명제를 실시하는 쪽에 혜택을 주는 ‘실명우대제’부터 차근차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개똥녀, X파일은 실명제와 무관”
실명제 실시한다고 사이버 명예훼손 줄어드나?


이처럼 인터넷실명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자 시민단체들과 인터넷업계는 정부 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철호 포스닥(www.posdaq.co.kr)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했을 때와 지금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개똥녀, X파일 등의 사례를 놓고 실명제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인터넷에서 명예훼손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사용자들의 인터넷 문화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지음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개똥녀, X파일 유포 등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타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서 생긴 문제로, 실명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며 “실명제보다는 사생활보호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간사도 “사이버상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한편으로 누리꾼들은 자발적으로 자제하고 의사소통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실명제로 규제하는 것에 앞서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시민단체들은 실명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공서를 비롯해 모든 사이트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져온 ‘사회적 공론의 장’ 기능도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현재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새나가는 인터넷 환경에서 실명제 도입 효과가 의심스럽다며 차라리 사이버상 명예훼손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주민번호 생성기가 아니더라도 파일정보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짜 실명확인을 너무도 쉽게 할수 있다”며 “이것을 철저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실명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사이버상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은 현행 정보통신법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좀더 엄격히 법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실명제는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총선 때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해 결성한 ‘인터넷 국가 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조만간 회의를 열어 새로운 대책위 구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실명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에 나서면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가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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