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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4만원으로 한달 버텨요”

등록 2005-06-16 18:59수정 2005-06-16 18:59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말…말…말

“한 달에 65만원 받습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빼면 실수령액은 61만원인데 빚을 조금씩 갚고 혈압으로 인한 병원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인 남편도 최저임금을 받는데 식구들 의식주 해결도 너무 어렵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최저임금 64만원으로 한달 동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서울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윤아무개(54)씨의 말이다.

16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23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최저임금연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아파트 경비원, 지하철 청소원, 외국인노동자 등이 나와 고단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임금 오르면 일 힘들어도…”


첫 증언대에 선 윤씨는 “공과금이라도 밀리지 않도록 더도 덜도 말고 월급 85만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임금만 오른다면 일은 얼마든지 힘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힘들지만 솔직히 ‘이 일이 아니면 뭐해 먹고 살겠나’하는 생각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며 “아들 딸 결혼도 시켜야 하지만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치동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서아무개(61)씨의 처지도 윤씨와 비슷했다. 그가 받는 월급은 기본급 48만원에 상여금, 수당을 다 보태 91만원. 하지만 두 명이 하루씩 맞교대하는 혹독한 근무체계를 감안하면 결코 ‘큰 돈’이 아니다. 그는 “아침 6시30분에 근무에 들어가 꼬박 하루 일하고 나면 집에 와서도 기력 회복이 안 된다”며 “집안 대소사도 참석하지 못하는데 이 돈으로는 생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2003년 10월 방글라데시에서 온 세레나는 지난해 10월까지 1년 동안 ㄷ사에서 형광등을 조립하고 포장하는 일을 했다. 그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일했지만 매달 월급명세서도 없이 흰 봉투에 든 70만원을 받았다”며 “연장근로와 휴일 특근에 대한 어떤 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동차 청소를 하는 이아무개(55)씨는 “하청업체를 통한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언제나 미화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턱걸이해 있다”며 “그나마 최저임금이 올라도 휴식시간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숫자놀음으로 실제 청소원들이 받는 월급은 7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에도 여러 차례 최저가 낙찰제를 재고해달라고 탄원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주5일제되면 임금 더 줄어”

한편, 민주노총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주 40시간 적용에 따른 최저임금 저하 금지가 법으로 규정됐지만,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일제가 실시되면 월차수당과 생리수당, 연차수당이 폐지돼 시급이 10% 이상 올라도 실수령액은 줄어든다”며 “저소득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구실을 하게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표> 참조)

그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현실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며 “최소한 전체 노동자 급여의 절반인 82만원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정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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