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편치 않은 표정이다. 이 사건도 유전 의혹 사건처럼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데다, 수사 결과에 대한 야당의 거센 공세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16일 감사원의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사건 관련자들의 소재를 확인하는 등 수사 준비에 들어갔다.
검찰은 우선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 등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도로공사가 행담도개발㈜ 대주주인 이케이아이(EKI)에 대해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하는 등 불평등 계약을 맺은 배경이 검찰의 일차적인 수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보면 수상한 부분이 꽤 있는 것 같다”며 “일단 드러난 혐의부터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강도높은 수사에도 ‘몸통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유전 의혹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감사원이 수사 요청 대상에서 제외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도 수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케이아이가 미국에서 발행한 8300만달러어치의 채권을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교직원공제회에서 모두 산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상한 채권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수익성 있게 보이게 하려고 ‘분칠’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권력층의 입김이 작용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재복 사장이 신용평가회사에서 ‘AAA’ 평가를 받은 뒤 문제의 채권 매각에 성공한 과정에 권력층의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도 이날 “문정인씨와 정태인씨, 그리고 건교부 등에서 발행한 지원서(LOS)가 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전 위원장 등이 유전 의혹 수사에서의 이광재 의원처럼 수사 과정에서 ‘피내사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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