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89) 할머니가 5일 저녁 부산의 한 치매 전문 요양원에서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요양원서 만난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89) 할머니가 5일 저녁 부산의 한 치매 전문 요양원에서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노인성 치매와 함께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는 할머니는 2007년 1월부터 이곳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지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할머니는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나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2001년 4월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려고 도쿄 문부과학성 초등중등교육국 교과서과를 찾아 “일본 역사교과서 위안부 부분을 수정하지 않으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
1941년 스무 살의 꽃 같은 나이에 중국 길림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가 해방을 맞은 해 걸어서 서울까지 왔다는 할머니. 그 뒤 채소 장사, 국수 장사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1992년 위안부 피해 신고를 한 뒤부터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사죄를 요구하는 활동을 왕성하게 벌여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에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박순임(90)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하는 등 한일병탄 100년을 맞은 올해 들어 다섯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세상을 등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자신을 돌봐온 요양보호사에게 “망향의 동산 묘역에 김학순(1997년 타계)이가 4번이고 내 자리가 3번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최근 들어 부쩍 기운이 떨어진 할머니의 머리 위에는 붉은 꽃이 걸려 있었다.
부산/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01년 4월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려고 도쿄 문부과학성 초등중등교육국 교과서과를 찾아 “일본 역사교과서 위안부 부분을 수정하지 않으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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