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8일만에 살해된 베트남 신부
57차례 정신치료 남편
“귀신이 죽이라고 했다”
“귀신이 죽이라고 했다”
스무살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 와 신혼살림을 차린 지 8일 만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목숨을 잃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살던 여성 루따(가명·20)는 지난 2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소개로 한국인 장아무개(46)씨를 만나 호찌민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먼저 귀국한 남편의 혼인신고와 초청에 따라, 루따는 지난 1일 한국에 도착해 부산시 사하구의 30㎡ 남짓한 2층 전셋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루따의 코리안 드림은 8일 만에 물거품이 됐다. 남편 장씨는 8일 저녁 7시께 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의 얼굴 등을 마구 때린 뒤 흉기로 살해했다. 장씨는 그 직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신고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신이 아내를 죽이라고 시켜서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다.
루따는 변을 당할 때까지 남편이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2005년 7월부터 정신분열 증세를 보여 부산의 병원 두 곳에서 57차례나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9일 살인 혐의로 장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국제결혼중개업체가 루따에게 장씨의 정신질환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업체를 찾고 있다. 한국 주재 베트남 영사관은 베트남 정부에 이 사건을 알리고 부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까지도 반드시 결혼시키려는 가족들의 비뚤어진 욕심과 이익에 눈이 먼 중개업체가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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