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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세기만에 ‘친북 누명’ 벗은 독립투사 동생

등록 2010-07-14 20:10수정 2010-07-14 22:58

왼쪽부터 김봉철, 원봉씨.
왼쪽부터 김봉철, 원봉씨.
김원봉 동생 봉철씨, 보도연맹 희생자 장례치러 옥살이
출소 뒤 화병으로 사망…아들이 재심 청구 ‘무죄’ 선고
의열단과 조선민족혁명당,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무장 독립투쟁을 벌인 약산 김원봉의 동생들이 60년 만에 지하에서 억울함을 풀게 됐다.

약산 동생들의 수난은 1950년 6·25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1948년 월북한 약산처럼 북쪽에 동조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약산의 남동생 여덟 명 가운데 네 명이 경남 밀양의 한 골짜기에서 국군과 경찰에 의해 총살당했다. 고향인 밀양에서 의좋게 지내던 형제들은 양복점을 운영하거나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지만, 이른바 국민보도연맹원들이었다.

이들의 비참한 죽음은 큰형인 약산으로 인한 것이었다. 189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약산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무장투쟁을 시작했으며,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 국무위원(군무부장)을 지냈다. 좌익 성향이었던 그는 1948년 4월 남북협상 때 평양에 갔다가 다시 남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졸지에 네 명의 형제를 잃은 약산의 다섯째 동생 김봉철씨는 60년 4·19혁명으로 장면 정부가 들어서자 밀양 피학살자조사대책위원회에 참여해 네 형제의 유골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렀다. 또 정부에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1961년 5월16일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이틀 뒤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177일 동안 불법 구금됐다가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특수반국가행위)로 기소됐다. 혁명재판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됐다. 밀양 피학살자조사대책위의 유골 수습과 장례식, 책임자 처벌 요구가 북한을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판결이었다.

김씨의 아내는 어린 일곱 남매를 데리고 경북 안동으로 도망치듯 이사했다. 다리 밑 움막에서 살던 김씨의 일곱 남매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거나 구두를 닦았다. 65년 출소한 김씨는 자신과 형제들, 가족들의 비극적 운명으로 인해 화병을 얻었고,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86년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다른 형제들도 모두 가슴에 한을 묻고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약산의 동생들의 억울한 죽음은 너무도 늦은 지난해 9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약산의 동생들이 억울하게 학살됐거나 옥살이를 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차남 태건(62)씨는 올해 1월 부친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부산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4월 부산고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14일 열린 재심에서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용빈)는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유골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른 활동을 북을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50년 전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태건씨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억울함이 60년 만에 풀리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제야 자식의 도리를 다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실화해위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뜻에서라도 부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약산은 북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 당 중앙위원 등 최고위직을 지냈으나, 1958년 김일성에 의해 연안파로 몰려 숙청당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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