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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 아들 돌려다오” 영정 껴안고 피울음

등록 2005-06-19 19:39수정 2005-06-19 19:39

 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 설치된 희생자 8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양주/사진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 설치된 희생자 8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양주/사진공동취재단

최전방 총기사고 충격 유가족 표정
“손가락 하나 안다치게 해주겠다더니…”
주검 네군데 뿔뿔이 흩어져 거센 항의

19일 아침 5시30분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놀라지 마십시오. ○○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청천벽력이었다. 수류탄 폭발과 총기 난사로 졸지에 숨진 병사들의 주검이 안치된 병원에서는 “내 아들을 돌려달라”는 가족들의 통곡이 메아리쳤다.

◇…“전역을 열흘 남기고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는 30일 전역을 앞두고 숨진 김종명(26) 중위의 가족들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북 완주군 용진면에서 경기 포천시 국군일동병원으로 달려온 어머니 배영순(50)씨는 “크면서 속 한번 안 썩인 착한 아들이었다”며 “새벽에 연락을 받았는데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말했다. 형 종범(32)씨는 “동생은 집안의 기둥이었는데 이렇게 되니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 월급도 모두 적금을 들어 모았다”며 “대학도 농어촌 학자금으로 다녔고, 군대 월급으로 이를 갚아나갔다”고 전했다.

학군 41기인 김 중위는 완주군에서 태어나 2003년 전주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입대했으며, 전역을 앞두고 후임 소초장과 합동근무를 서던 중 변을 당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다 군대에서 빠지고, 돈 없는 사람들만 가서 이렇게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국군양주병원에 주검이 안치된 이태련(22) 상병의 어머니 배옥자(52)씨는 울부짖었다. 배씨는 “태련이가 지피에 들어가면서 받는 생명수당을 모아서 아버지·어머니 커플 반지를 해가지고 4월에 나왔었다. 이것이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이야…”라며 몸부림을 쳤다. 배씨의 울부짖음은 최근 장관 경력자 등의 손·자녀들이 입대를 모면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일을 상기시키며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조정웅(22) 상병의 아버지 조두하(50)씨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아무런 염려도 하지 말라’며 씩씩하게 군대에 갔다”며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주검이 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대 독자인 조 상병은 4월에 생명수당·월급을 모아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어머니한테 선물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병원에 도착한 김인창(22) 상병의 아버지 김길남(53)씨는 “아들이 5월에 휴가를 나와 ‘제대하면 아버지 노동일 시키지 않고 제가 열심히 일해 편안히 모시겠다’고 했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정석숙(47)씨도 “지난해 4월 입소식 때 부대에서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주검으로 돌아오느냐. 내 아들을 돌려주라”고 아들의 영정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전영철 상병의 어머니 장영화(43)씨는 “내가 빽이 없어서 아이를 군대에 보내서 죽였다”며 원통해했다.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그는 유일한 자식인 아들의 죽음에 넋이 나간 듯했다.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이날 낮 도착한 박의원(22) 상병의 아버지 박영섭(56·충북 충주시 용산동)씨는 “도대체 이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줄담배를 피워대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 장정애(54)씨는 아예 말을 잇지 못하고 가족을 껴안고 대성통곡만 했다. 누나 소영(25)씨는 오후 4시께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차유철(22) 상병의 아버지 차정준(53)씨는 “건강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겨 군대에 가길 잘했다는 말을 아들이 하곤 했다”며 “아들이 이라크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말렸는데 차라리 이라크로 보낼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로 숨진 병사들의 주검을 네 군데 병원에 갈라놓은 것을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따라 군은 20일 오전까지 주검들을 모두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로 “가족들이 사고가 난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경위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군에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건 현장 방문 및 조사 등에 나서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또 19일 아침 군에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 처음에는 양주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벽제병원, 국군수도통합병원 등으로 가라고 했다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양주 성남 고양/이본영 이형섭 이호을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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