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 설치된 희생자 8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양주/사진공동취재단
최전방 총기사고 충격 유가족 표정
“손가락 하나 안다치게 해주겠다더니…”
주검 네군데 뿔뿔이 흩어져 거센 항의 19일 아침 5시30분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놀라지 마십시오. ○○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청천벽력이었다. 수류탄 폭발과 총기 난사로 졸지에 숨진 병사들의 주검이 안치된 병원에서는 “내 아들을 돌려달라”는 가족들의 통곡이 메아리쳤다. ◇…“전역을 열흘 남기고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는 30일 전역을 앞두고 숨진 김종명(26) 중위의 가족들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북 완주군 용진면에서 경기 포천시 국군일동병원으로 달려온 어머니 배영순(50)씨는 “크면서 속 한번 안 썩인 착한 아들이었다”며 “새벽에 연락을 받았는데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말했다. 형 종범(32)씨는 “동생은 집안의 기둥이었는데 이렇게 되니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 월급도 모두 적금을 들어 모았다”며 “대학도 농어촌 학자금으로 다녔고, 군대 월급으로 이를 갚아나갔다”고 전했다. 학군 41기인 김 중위는 완주군에서 태어나 2003년 전주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입대했으며, 전역을 앞두고 후임 소초장과 합동근무를 서던 중 변을 당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다 군대에서 빠지고, 돈 없는 사람들만 가서 이렇게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국군양주병원에 주검이 안치된 이태련(22) 상병의 어머니 배옥자(52)씨는 울부짖었다. 배씨는 “태련이가 지피에 들어가면서 받는 생명수당을 모아서 아버지·어머니 커플 반지를 해가지고 4월에 나왔었다. 이것이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이야…”라며 몸부림을 쳤다. 배씨의 울부짖음은 최근 장관 경력자 등의 손·자녀들이 입대를 모면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일을 상기시키며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조정웅(22) 상병의 아버지 조두하(50)씨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아무런 염려도 하지 말라’며 씩씩하게 군대에 갔다”며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주검이 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대 독자인 조 상병은 4월에 생명수당·월급을 모아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어머니한테 선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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