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에 동료 8명의 목숨을 빼앗은 김아무개(22·ㅇ대 1년 휴학) 일병은 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까?
군의 조사나 동료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해당 부대 안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부상자를 면회하고 온 한 가족은 “부대에서 구타는 없었고, 욕도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희생당한 장병의 유족들도 “애들이 휴가 나왔을 때 ‘부대에서 구타 같은 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김 일병이 군대생활에 적응 못 하고, 어떤 문제점을 지녔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숨진 한 병사의 어머니는 “김 일병은 군대생활에 불만이 있다고, 4월에 휴가 나온 우리 애한테서 들었다”며 “아들이 ‘사소한 것도 다 위에 알리고 해서, 걔하고는 눈도 못 마주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희생자 부모들도 비슷한 얘기를 아들들한테서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부상당한 한 병사의 어머니는 “‘김 일병이 성격이 좀 모가 났지만,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게 우리 아들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김 일병 어머니인 최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들이 군대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해왔고, 우리도 그런 일을 저지른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난해 12월 입대해 부대 배치를 받은 뒤 휴가를 나왔는데, 내무반 생활이 힘들다거나 폭력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은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했고, 한 달에 한 번 오는 편지에서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동호회에서 김 일병을 2~3차례 만난 적이 있는 김아무개(25)씨는 “내성적으로 보였는데, 인상이나 말투로 봐 착해 보이는 친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이형섭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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