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공사 ‘운하 전단계’ 의혹낙동강 거의 전구간 ‘운하형 하상 단면’
자연하천형과 달리 배 지나다니기 편해
전문가 “운하 아니면 택할 이유 없는 방식”
자연하천형과 달리 배 지나다니기 편해
전문가 “운하 아니면 택할 이유 없는 방식”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 따라 지난해 7월 변경 고시한 새 하천기본계획의 하상 단면이 공개됨에 따라 4대강 사업이 ‘운하 전 단계’라는 의혹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하상 단면을 운하형으로 만드는 준설 공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난이도도 높아, 정부가 왜 자연하천형 준설을 포기하고 운하형 준설을 선택했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 현행 준설방식은 돈 많이 들고 공사도 어려워 새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준설이 완료되면, 강바닥이 평평해져 배가 다니기 편해진다. 바닥이 고르지 못하면 토사가 불규칙적으로 쌓여 배가 좌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동강 기본계획을 보면, 안동댐 근처의 상류 구간을 제외하곤 전 구간이 운하형 하상 단면을 띠고 있다. 경북 구미시 숭선대교 2㎞ 하류인 해평습지(455번 구간)는 너비 650m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준설되고, 경남 창녕군 함안보 하류 500m 지점(174번 구간)도 굴곡이 있는 자연형 하상에서 밋밋한 하상 단면으로 바뀐다. 경기 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등 한강 기본계획의 다른 구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하형 준설은 자연하천형 준설에 비해 수중 준설량이 많기 때문에 공사 난이도가 높고 준설비용도 늘어난다. 하천 설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런 형태의 준설은 굳이 운하가 아니라면 택할 이유가 없다”며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기존의 대운하 계획이 하천기본계획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에서 “대운하는 수로 폭(최소 200~300m)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구간별로 다르다”며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완만한 경사(1 대 5)로 준설하기 때문에 자연하천에 가깝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낙동강 기본계획을 보면, 기존 한반도 대운하 구간인 낙동강 하굿둑에서 경북 문경시 부근까지 수로 폭이 200m 이하로 줄어드는 지점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폭이 넓은 곳은 1㎞가 넘을 정도여서 1 대 5로 파더라도 배가 다니는 길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완경사를 유지해주더라도 배가 다닐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의 경우, 낙동강보다 훨씬 강폭이 좁지만 1 대 3의 완경사를 주고도 배가 다닌다.
■ 수심 4m에서도 화물선 운항 가능 4대강 사업에서 계획된 낙동강 최소 수심은 구간별로 다르지만 화물선이 다니는 데 지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2008년 12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자리에서 “운하를 위해선 최소 수심 6m를 확보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나온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최소 수심은 △하굿둑~칠곡보 구간 6m △칠곡보~영강 구간 4m로 바뀌어 설계됐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수심 6m면 4000~5000톤급, 4m면 2000톤급 화물선이 운항할 수 있다”며 “현재 수심에서도 화물선 운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과정에서 대운하론자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 이용됐던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수심이 4.25m이지만 화물선이 자유롭게 다닌다. 이와 관련해 대운하 검토 당시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부산~구미 구간을 고려해 최소 수심을 다르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구간은 대구·구미에 공단이 있고 운항 시간도 짧아 시범사업으로 적당하다는 추론이다. 물론 실제 배가 다니기 위해선 △보의 갑문·선박 우회로 설치 △교량 개조 △화물터미널 건설 등의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한 하천 설계 전문가는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수자원 확보라면 물 부족 지역에 중점적으로 보를 설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거리에 따라 일정하게 갑문처럼 보를 세워뒀다”고 말했다. 일본의 하천공학자인 이마모토 히로타케(73) 교토대 명예교수는 “홍수 예방이나 수자원 확보 목적으로 대규모 준설을 하고 많은 댐을 한꺼번에 짓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다만 운하를 만들 목적이라면 이 토목사업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상주/박주희 기자 fandg@hani.co.kr
지난 13일 낙동강 32공구인 경북 상주시 낙동면 낙단보 공사 현장을 낙단대교 위에서 본 모습. 물막이둑 오른쪽이 현재 준설공사 대상 지역이며, 이곳 강 바닥 역시 운하형인 사다리꼴 모양으로 준설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곳을 살펴본 한 토목공학자는 “직선으로 뻗은 모습이 뱃길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상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토부는 2008년 12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자리에서 “운하를 위해선 최소 수심 6m를 확보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나온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최소 수심은 △하굿둑~칠곡보 구간 6m △칠곡보~영강 구간 4m로 바뀌어 설계됐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수심 6m면 4000~5000톤급, 4m면 2000톤급 화물선이 운항할 수 있다”며 “현재 수심에서도 화물선 운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과정에서 대운하론자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 이용됐던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수심이 4.25m이지만 화물선이 자유롭게 다닌다. 이와 관련해 대운하 검토 당시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부산~구미 구간을 고려해 최소 수심을 다르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구간은 대구·구미에 공단이 있고 운항 시간도 짧아 시범사업으로 적당하다는 추론이다. 물론 실제 배가 다니기 위해선 △보의 갑문·선박 우회로 설치 △교량 개조 △화물터미널 건설 등의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한 하천 설계 전문가는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수자원 확보라면 물 부족 지역에 중점적으로 보를 설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거리에 따라 일정하게 갑문처럼 보를 세워뒀다”고 말했다. 일본의 하천공학자인 이마모토 히로타케(73) 교토대 명예교수는 “홍수 예방이나 수자원 확보 목적으로 대규모 준설을 하고 많은 댐을 한꺼번에 짓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다만 운하를 만들 목적이라면 이 토목사업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상주/박주희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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