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대체할 학생 지도 방법
학생권리 토론회서 ‘대체수단’ 담은 법 개정안 발표
‘사생활·표현자유 보장안’도…교과부 “더 지켜볼 것”
‘사생활·표현자유 보장안’도…교과부 “더 지켜볼 것”
진보 성향의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체벌 금지 등 학생의 권리 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학생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학생권리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학생권리 신장을 위한 법령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원은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청이 체벌 금지 지침을 일선 학교에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자, 자체적으로 관련 연구에 착수해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
개발원의 의뢰로 정책연구를 수행한 강인수 교육법연구팀장(수원대 부총장)은 주제발표문에서 체벌을 완전 금지하는 안과, 신체 체벌은 완전 금지하지만 손들기 등 간접적으로 신체 고통을 주는 벌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다만, 교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계와 학생·보호자 상담, 학교 내 자율적인 조정, 교실 안팎에서의 별도 학습 조처 또는 특별과제 부여, 점심시간 또는 방과후 근신 조처, 학업점수 감점, 학급 교체 등 7가지 대체 수단을 제안했다.
대체 수단으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 내리는 징계 조처로는 기존의 학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퇴학 처분에 ‘출석 정지’ 처분을 새로 추가했다. 퇴학 처분 전 단계로 숙고 기간을 두자는 취지다.
언론과 집회 등 학생의 요구가 강한 의사표현의 자유와 두발과 복장, 휴대전화 소지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다만,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목적에 부합해야 하며 학교의 교육활동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제한규정도 함께 제시했다.
이런 방안에 대해 교육운동 단체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현재 일부 시·도에서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금지 등을 규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장도 “입법화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인권 보호 차원에서 국가가 법령으로 체벌을 금지하면 구속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라며 “단 출석 정지 처분 과정에 부모를 소환하는 강제 규정을 둬서 가정의 역할도 함께 법제화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교과부 학교지원국 관계자는 “제시안은 검토 의견 수준이므로 아직 공식 견해를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교과부 차원에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정 요구가 있으니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의된 의견이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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