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안 문제점은
1-2차 난이도 다를땐 수험생 낭패 부를수도
교과 중심 출제로 단순암기 측정 시험 변질땐
대학 ‘통합 사고력 측정’ 명분 본고사 볼수도
1-2차 난이도 다를땐 수험생 낭패 부를수도
교과 중심 출제로 단순암기 측정 시험 변질땐
대학 ‘통합 사고력 측정’ 명분 본고사 볼수도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가 19일 내놓은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20년 만에 시도되는 ‘대수술’이다.
연구회는 이번 개편을 시도한 까닭으로 △수험생 학습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대입 여건 변화에 따른 수능 역할 재설정 등을 꼽았다.
연구회는 먼저 수능 복수 응시에 대해선 무엇보다 ‘한 번 보는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수험생의 압박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시험을 못 치를 경우 추가적인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시험 당일 수험생의 몸 상태나 실수 여부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차 시험을 치른 뒤 15일 동안 ‘고액 찍기 과외’나 2차 시험 대비 특강 등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지금도 수능이 끝나면 수시모집 논술에 대비한 일주일 정도 단위의 논술 고액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수능은 논술과 달리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에 두 차례 시험을 치를 경우 단기 사교육이 훨씬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차례 시험의 난이도 조절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복수 응시가 허용됐던 1994학년도 수능에선 8월 시험에 견줘 11월 시험이 훨씬 어렵게 출제돼 2차 시험에 승부를 걸었던 수험생들이 낭패를 겪기도 했다.
‘수준별 수능’은 인문계열 학생들보다는 자연계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수능에서도 수리 영역은 인문계열용인 ‘나’형과 자연계열용인 ‘가’형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은 ‘가’형보다 쉬운 ‘나’형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자연계열 학생들은 인문계열 학생들과 같은 난이도의 언어 영역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잘 가르치기 경쟁’보다는 ‘우수 학생 뽑기 경쟁’에 더욱 치중하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쉬운 수능’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수능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대학들이 변별력을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그동안 범교과적 출제로 통합 사고력을 측정해 왔으나, 국어와 수학, 영어로 이름이 바뀌면서 출제 방식도 교과별 출제로 바뀌어, 수능이 단순 암기력 중심의 ‘학업성취도 평가’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이 이를 빌미로 통합 사고력을 측정한다며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정부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 대입을 완전 자율화할 방침이어서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하더라도 제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선 고교 진학담당 김아무개 교사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논술을 어렵게 출제하거나 본고사를 치를 가능성이 커 학생들의 전반적인 입시 부담은 되레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회는 탐구 영역의 경우, 현행 수능은 좁은 범위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고 있지만, 개편안은 넓은 범위에서 핵심 내용을 쉽게 출제할 수 있어 수험생 부담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탐구 영역 과목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고교 교육이 국·영·수 중심으로 파행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백순근 서울대 교수(뒷모습·교육학과)가 19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대한지리학회 등 이번 개편을 통해 시험과목에서 빠진 학문 분야 관계자들이 펼침막과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더욱이 정부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 대입을 완전 자율화할 방침이어서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하더라도 제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선 고교 진학담당 김아무개 교사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논술을 어렵게 출제하거나 본고사를 치를 가능성이 커 학생들의 전반적인 입시 부담은 되레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회는 탐구 영역의 경우, 현행 수능은 좁은 범위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고 있지만, 개편안은 넓은 범위에서 핵심 내용을 쉽게 출제할 수 있어 수험생 부담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탐구 영역 과목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고교 교육이 국·영·수 중심으로 파행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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