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의하는 유족 20일 군부대총기사망자들의 분향소가 설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유가족이 국방장관 차앞에 드러누워 막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연합뉴스)
총기난사 김 일병 범행 사전계획 육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22) 일병의 또 다른 얼굴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합조단 조사에 따르면 김 일병은 초·중학교 동창생이면서 부대에서 단짝이던 천모 일병이 숨진 병사들과 자고 있는 내무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K-1 소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 일병은 구사일생 목숨을 건져 조사 요원들에게 김 일병의 병영생활 전모를 소상하게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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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병은 친구인 천 일병에게 "성격이 내성적이고 내 행동이 느리다고 고참들이 욕설과 질책을 한다"라고 고통을 호소했으며, 특히 GP 근무가 시작된 후에는 "수류탄을 까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말을 3∼5회 정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 일병은 친구의 말이 푸념이나 장난이라고 판단해 소대장이나 고참들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김 일병은 지난 1월 GP 전입시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화합하지 못했으나 부소대장 최모 하사가 불러 타이르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관심병사'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일병은 사건 당일인 19일 새벽에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김 일병은 소대장 김종명 중위를 사살한 뒤 취사장에 있던 조정웅 상병의 아랫도리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쓰러진 조 상병을 확인사살하는 냉혹함을 보여줬다. 합조단장 박철수 준장은 "김 일병이 당시 조 상병이 무척 고통에 떠는 모습을봤으나 악의가 아니라 무덤덤하게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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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병의 냉혹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행 결행 이틀 전인 지난 17일 고참 살해를 결심한 김 일병은 애초 부대원 전원을 몰살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준장은 "그는 현장검증 때 계획적인 표현을 했다. 사전에 동료들에게 소대를뒤집어 버리겠다는 얘기를 했었고 현장검증을 통해 그런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일병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진 뒤 상황실에 근무 중이던 상황병을살해해 범행 사실이 상급부대로 보고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으며, 다시 내무반으로돌아가 특정인을 향해서가 아니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일병은 합조단 조사에서도 자신의 범행을 `담담하게' 진술해 요원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박 준장은 "처음 진술할 때는 좀 떨더라. 나중에는 차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자연스럽게 다 했다. 이렇게 큰 일을 저지르고도 담대하다는 생각을 했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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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 참극 군 합조단 브리핑
“총기난사 사병, 범행후 태연히 경계근무” 총기난사 김 일병은 ‘게임광’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중인 박철수 육군 합동조사단장(준장.육군본부 인사근무처장) 20일 "이번 사건은 내성적인 김아무개 일병이 선임병들의 언어폭력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했다"며 "부대원 전원을 몰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단장과의 일문일답. -- 김일병에 대한 구체적 언어폭력 내용은. △전부 욕설로 발표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일병 달았으면 그렇게 느긋하게해도 되는 거냐, 다 끝난 거냐. ×× ×××", "고참들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너는 보고 지나가느냐" 등의 욕설이다. 내성적인 성격 소유자인 김 일병에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언어폭력을 이유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나.
△조사를 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김 일병이 상당히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평상시 컴퓨터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몸이 약하고 입대전에 대학을 다니다가 스스로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사고자는 상당히 남과 잘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이다. 작은 말에도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소심한 성격이다. 소대원들과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됐다. 이런 것이 성격과 어울려 일이 발생했다. -- 경계지침을 변경했다는데. △원래 초소는 밀어내기식 근무라고 해서 대기조까지 포함해 밀어주게 돼있다. 이것을 소초장이 임의로 지시해서 고정근무식으로 시켰던 것이 규정에 어긋났다. -- 초.중학교 친구인 천모 일병과는 동반입대한 것인가. △동반입대는 아니다. 같은 시기에 군에 입대, 동기가 된 것이다. -- 범행을 치밀하게 사전 계획했나. △확실히는 모르지만 현장검증에서 김 일병의 표정이나 설명 등을 봐서 무척 대담했다. 또 계획적으로 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제가 보기에는 계획적으로 했다고 판단하고 싶다. 사전에 소대를 뒤집어 버리겠다고 말을 했다. -- 지난 17일 이미 범행을 결심했다는데. △(사고부대 헌병대장) 최초 범행 결심 날짜는 지난 17일이다. 이날 선임병인신모 상병이 취사장에서 하수구를 뚫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김 일병이 지나가자 신 상병이 "야, 고참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이러고 있는데 너 선임병이 작업하고 있는 것 봤어, 못봤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일병이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신 상병은 상스런 얘기와 함께 2∼3분 정도 교육을 시켰다. 그때 김 일병은 심한 인격모독을 느꼈다. 내무반으로 돌아오면서 소대원 전원을 죽여버리겠다는 결심을 했다. -- 어떤 교육을 시켰나. △선임병이 잘 해주면 후임병은 알아서 잘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 김 일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심을 했나. △당시 수류탄 투척이나 총기난사까지 결심한 것은 아니고 소대원들이 다 미웠다고 한다. -- 근무방식을 임의로 변경했다는데. △그렇다. 부(副) GP장인 소대원들의 의견을 모아 낮에 작업도 많이하고 했으니하루 정도 방식을 변경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소초장(소대장)에게 건의했다. (원래 근무방식은 2명씩 4개팀이 3개의 초소에서 밀어내기식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날은 2개팀 4명이 2개의 초소에서 이른바 `고정식' 근무를 했음.) GP에서는 불침번을 운영하지는 않고 상황병이 근무자를 깨우는 일 등 내부관리를 한다. 상황병이 다음 근무자를 깨웠어야 하는데 김 일병이 직접 근무자를 깨우러 간다며 초소를 이탈했으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동식으로 하면 4개팀 8명이 투입돼야 하는데, 2개조를 고정식으로 운영하면 4명만 필요하다. 그 만큼 병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편법근무다. 가끔 이런 일이 적발된 적은 있지만 이 같은 일이 또 발견된 것에 유감이다. -- 사고 당일 특별히 근무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토요일을 이용해 1주일에 한 번쯤은 소대원들의 건의를 들어 이렇게 근무를 선 것으로 파악됐다. -- 근무방식 변경이 당일 열린 청소년축구 TV 시청과 관련이 있나. △명쾌히 알지 못하겠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 김 일병과 함께 근무를 섰던 선임병이 김 일병에게 다음 근무자를 깨우러 가도록 허용한 이유는. △상황병이 깨우고 해야 하는 것을 어겼다. 근무자가 다음 교대자를 깨우러 가는 것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토요일 근무에는 여러차례 이렇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 김 일병이 처음 수류탄을 투척한 후 제대로 대응조치를 못한 것 아닌가. △후임 소초장은 상황실에서 김 일병이 사격을 가하는 일을 당했다. 이후 겁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 근무자들과 여러 상황을 보고하고 행동(후속조치)를 위한 시간이었다. 내무반 병사들은 잠을 자다 수류탄이 터져 무척 혼란스러웠던 상태였다. -- 사망자 중 한 명은 6발을 맞았다는데 조준사격 아닌가. △조준사격은 아니고 지향사격이다. 누구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향해서 사격을 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 희생자가 대부분 상병인데, 이 부대의 계급별 분포는. △이 부대 GP에는 26명의 병사들이 근무했다. 이 중 상병이 14명, 일병이 8명,병장과 이병이 각각 2명씩이다. 상병이 많은데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병력 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 사고 발생 초기 소초장 등이 피아식별을 혼돈했는데, 식별 시간은. △김 일병의 검거로 상황이 거의 종료될 시점인 오전 3시 직전으로 보인다. -- 김일병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성 있나. △내성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했다. 동료들도 김 일병이(휴가 등을 가면)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게임과 이번 사건이 연관돼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은 했지만 발견할 수는 없었다. -- 부대내서 컴퓨터 게임했나. △제한된다. -- 김 일병이 소원수리를 낸 적은 없나. △없었다. -- 부대원이 김 일병을 왕따시켰나. △그 것은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사고 발생 후 병사들과의 면담에서 물어보니 김 일병이 그 정도인지는(심각한지) 몰랐다. 왕따까지는 아니고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다. -- 지휘관에 대한 문책.징계수위. △육군은 이번 사태 통해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특별히 국민에 심려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규정과 방침대로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검토 중이다. 결과를 주목해달라. -- 취사장에서 조모 상병이 첫번째 피격을 당한 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김 일병에게 살려달라고 했나. △살려달라는 말은 없었다. 김 일병은 조 상병이 무척 고통에 떠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또 사격을 한것에 대해) 김 일병은 "악의가 아니라 무덤덤하게 죽였다"고 진술했다. -- 당시 상황실 근무자들의 무장상태는. △상황실에는 4명이 소총 등 개인화기로 무장하고 근무를 섰다. 처음에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몰랐다. 상황실에 있던 후임 소초장(소대장)이 과감하게 지휘조치를 완벽히 했다면 일이 더 빨리 끝났을 수 있다. -- 김 일병이 다시 근무지로 와서 태연히 근무했는데. △자수 의사는 없었다.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김 일병은 범행 후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경계초소에 돌아와서 선임병인 이모 상병과 자연스럽게 몇 마디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범행후 자살 등을 결심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 교대근무 규정은 어떻게 돼있나. △원래 근무자가 교대 근무자를 깨우는 것은 안된다. 상황병이 깨워야 한다. 그런데 이 부대는 규정을 어겨 근무자인 김 일병이 근무자를 깨우러 간 것이다. GP에서는 근무에 투입되거나 근무를 마치고 나올 경우 수류탄과 실탄 등은 상황실에 있는 탄약고에서 수령 또는 반납하게 돼있다. -- 김 일병이 범행 후 월북 등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나. △다른 계획이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좀 떨더라. 다음에는 차분하게 자기 할 얘기를 다했다. 자연스럽게. 이런 큰 일을 저지르고도 담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 부대원들을 전원 사살하려고 마음 먹었나. △그렇다. -- 자신에게 욕설을 한 신모 상병은 무사하나. △특별히 미워하는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느냐고 물었는데, 찾지 않고 무작위로죽일 계획이었다고 답변했다. -- 범행을 17일 처음 결심했다는데 구체적인 마음은 언제 먹었나. △전에도 3∼5차례 정도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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