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봐주기’ 지적
검찰 내부서도 “이해 안돼”
검찰 내부서도 “이해 안돼”
김태호(48)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연차(65) 전 태광실업 회장 쪽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돈을 전달했다는 식당 여직원을 전화로 간단히 조사한 뒤 김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은 지난해 6월 김 후보자 소환조사 당시 박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조사하지 않아, 당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던 김 후보자를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2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07년 4월 미국 뉴욕의 강서회관에서 곽현규 사장 지시로 김 후보자에게 수만달러를 건넸다는 여종업원을 전화로 조사했는데, 그 여직원이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하자 김 후보자를 내사종결 처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돈을 전달했다는 여직원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여직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수사 대상을 단 한 차례 전화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 검찰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그건 조사가 아니라 접촉이다. 통화한 사람이 그 여직원이란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일단 참고인중지 처분을 한 뒤 (미국에) 소재수사를 요청하고 당사자와 접촉이 되면 국내로 들어와 달라고 설득하는 게 정상적인 처리 절차”라고 말했다. 다른 특수통 검사도 “그 여직원은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금품 공여의 공범인 셈인데 통화만 하고 말았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여직원이 부인했다면 ‘배달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곽 사장을 다시 조사했어야 하는데, 과연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연차 로비’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겨레>의 확인 요청을 받고는 “내사 사건이므로 (여직원에 대한) 조사 방법은 물론 조사 내용·일시·장소 등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대검 중수부의 김 후보자 조사 내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박 전 회장을 언제 처음 알았느냐’고 물었을 텐데 뭐라고 답했느냐”는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그런 질문은 안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미 확보하고 있던 경남 김해의 박 전 회장 소유 정산컨트리클럽(CC) 내방객 기록을 통해 2006년 10월3일 오후 김 후보자가 경남도청 고위 간부 2명을 대동한 채 박 전 회장과 4명이 한 조를 이뤄 골프를 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를 불러놓고는 박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 등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당시 불거진 박연차 로비 연루 의혹자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가장 끄트머리에나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당시 (수사팀이) 김 후보자를 봐줄 이유는 없었다”며 “검찰도 이렇게 (김 지사가 총리 후보까지) 될 줄은 모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순혁 김남일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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