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20일 오전 조문을 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분향을 마친 뒤 빈소로 들어가려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수류탄과 소총으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경계초소(GP) 총기난사 사건이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병영의 속사정은 어떠한지, 군대가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 이런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1. 내무반의 ‘시한폭탄’ 문제 병사
2. 외출하면 피시방으로 직행
3. 병사인가 ‘사병’인가
4. 전문가 진단 밤낮없는 긴장·불안 신참본인도 괴롭고
걸핏하면 신고·탈영, 고참·지휘관도 끙끙 요즘 군대 안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재깍거리고 있다. 바깥사회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군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 병사들이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안전핀이 풀리면 동료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기 사고를 내는 흉기로 돌변한다. 탈영이나 자살로 탈출구를 찾기도 한다. 군은 이들의 폭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의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최근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가 전체 병력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복무 부적응자(적응장애)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응자들은 ‘부대에서 생활하기 싫다’고 직접 표현하기도 하고, 충동조절의 어려움, 우울감·불안·불면 등 정신병 증상까지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탈영이나 자살 등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군이 2003년 1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복무 부적응자 3824명을 여러 부대에서 모아 운영한 ‘비전캠프’에서도 450명(12%)이 자살 우려자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40명은 현역 부적격자로 판정받아 전역했다. 강원 인제 포병부대에서 복무한 주아무개(24·2003년 11월 전역)씨는 “선임병한테 욕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걸핏하면 소대장이나 윗사람한테 고자질하는 병사들이 소대마다 1~2명씩 꼭 있었다”며 “이런 병사들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었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에서 복무한 박아무개(28·2004년 11월 전역)씨는 “청소를 하다가 이등병한테 걸레를 빨아오라고 시켰더니 소대장한테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에도 고참이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게 요즘 군대”라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복무하고 있는 이아무개(24) 병장은 “2월 경계근무를 하던 이등병이 초소에서 담배를 피우기에 같이 있던 병장이 나무랐더니 다음날 아침 탈영했다 저녁에 돌아왔다”며 “이등병과 일병은 조금만 뭐라고 해도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까 지휘관들이 입대한 지 오래된 상병이나 병장한테만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부적응자들은 억지로 군 생활을 하느라 괴롭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동료 병사와 지휘관들은 괴로움에 더해 불안하기까지 하다. 군은 복무 부적응자를 더욱 정교하게 가려낼 수 있도록 인성검사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인성검사를 보완한다는 것은 부적응자 문제를 개인의 병리적인 문제로 보는 것인데, 인성검사로 병든 병사를 솎아내도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른 병사가 병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뚜렷한 가치가 부여되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며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난 나라에서 막연하게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다’는 식으로는 요즘 젊은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1996년 육군의 자살예방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용범 그나무심리클리닉 대표(심리학 박사)는 “노예제도에 가까운 군대의 착취구조, 자부심을 주지 못하는 의무복무 등 군대의 역기능이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수많은 부적응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근무시간 외에는 민간인에 가까운 처우를 하는 등 과도한 규제를 풀어 말단 병사라도 인격체로서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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