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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대 5% 부적응자는 내무반의 시한폭탄

등록 2005-06-20 18:41수정 2005-06-20 18:41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20일 오전 조문을 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분향을 마친 뒤 빈소로 들어가려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20일 오전 조문을 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분향을 마친 뒤 빈소로 들어가려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수류탄과 소총으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경계초소(GP) 총기난사 사건이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병영의 속사정은 어떠한지, 군대가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 이런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1. 내무반의 ‘시한폭탄’ 문제 병사
2. 외출하면 피시방으로 직행
3. 병사인가 ‘사병’인가
4. 전문가 진단

밤낮없는 긴장·불안 신참본인도 괴롭고
걸핏하면 신고·탈영, 고참·지휘관도 끙끙

요즘 군대 안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재깍거리고 있다. 바깥사회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군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 병사들이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안전핀이 풀리면 동료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기 사고를 내는 흉기로 돌변한다. 탈영이나 자살로 탈출구를 찾기도 한다. 군은 이들의 폭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의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최근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가 전체 병력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복무 부적응자(적응장애)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응자들은 ‘부대에서 생활하기 싫다’고 직접 표현하기도 하고, 충동조절의 어려움, 우울감·불안·불면 등 정신병 증상까지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탈영이나 자살 등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군이 2003년 1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복무 부적응자 3824명을 여러 부대에서 모아 운영한 ‘비전캠프’에서도 450명(12%)이 자살 우려자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40명은 현역 부적격자로 판정받아 전역했다.

강원 인제 포병부대에서 복무한 주아무개(24·2003년 11월 전역)씨는 “선임병한테 욕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걸핏하면 소대장이나 윗사람한테 고자질하는 병사들이 소대마다 1~2명씩 꼭 있었다”며 “이런 병사들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었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에서 복무한 박아무개(28·2004년 11월 전역)씨는 “청소를 하다가 이등병한테 걸레를 빨아오라고 시켰더니 소대장한테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에도 고참이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게 요즘 군대”라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복무하고 있는 이아무개(24) 병장은 “2월 경계근무를 하던 이등병이 초소에서 담배를 피우기에 같이 있던 병장이 나무랐더니 다음날 아침 탈영했다 저녁에 돌아왔다”며 “이등병과 일병은 조금만 뭐라고 해도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까 지휘관들이 입대한 지 오래된 상병이나 병장한테만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부적응자들은 억지로 군 생활을 하느라 괴롭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동료 병사와 지휘관들은 괴로움에 더해 불안하기까지 하다.

군은 복무 부적응자를 더욱 정교하게 가려낼 수 있도록 인성검사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인성검사를 보완한다는 것은 부적응자 문제를 개인의 병리적인 문제로 보는 것인데, 인성검사로 병든 병사를 솎아내도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른 병사가 병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뚜렷한 가치가 부여되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며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난 나라에서 막연하게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다’는 식으로는 요즘 젊은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1996년 육군의 자살예방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용범 그나무심리클리닉 대표(심리학 박사)는 “노예제도에 가까운 군대의 착취구조, 자부심을 주지 못하는 의무복무 등 군대의 역기능이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수많은 부적응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근무시간 외에는 민간인에 가까운 처우를 하는 등 과도한 규제를 풀어 말단 병사라도 인격체로서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반



예비역 “병영안 인권 39점”
'한겨레' 여론조사, 1~5년차 60% “구타등 경험”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병영 분위기에 대한 사회적 눈귀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군에서 최근 전역한 예비역들은 병영 인권에 대해 겨우 39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비역 1~5년차의 60% 가량이 현역시절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벌인 면접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병영 안 인권에 대해 부족하다 49.8%, 적정하다 34.2%, 충분하다 15.8%로 응답했다. 특히 ‘부족하다’로 응답한 49.8% 가운데 14.8%는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해 병영 안 인권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 39.0점으로 집계됐다.

예비역들은 병영 민주화 정도와 관련해 ‘부족하다’ 52.6%, 적정하다 30.6%, 적정하다 30.6%, 충분하다 16.8%로 각각 응답했으며, 총체적인 점수는 인권과 비슷한 38.1점을 주었다.

군 경험자들이 이처럼 병영 인권과 민주화 정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 것은 군이 최근 들어 각종 건전한 군대문화를 위해 내린 조처와 상반된 것으로, 상명하복을 체질로 하는 병영문화의 개선이 아직도 신세대 병사들의 욕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에 따라 사회와는 문화가 전혀 다른 병영에 들어온 신입 병사의 적응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초기 적응에 실패한 병사들의 군 생활을 더욱 난감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신세대 병사들의 인권 욕구는 큰 폭으로 높아지는데 군이 이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결과”라며 “과감한 병영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병영의 가장 큰 폐단인 구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8%가 직접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응답자의 60.6%는 가혹행위를 직접 겪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1년차 예비역의 구타와 가혹행위 직접 경험자는 모두 34.1%에 머물러 개선의 가능성을 밝게 했지만, 여전히 3분의 1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사고예방 대책에서 병영 밑바닥의 잘못된 관행인 구타·가혹행위와 이번 전방 총기난사의 원인이 된 욕설 폭언 등을 완전히 근절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경기지역 주요 대학 21곳의 1~5년차 예비역 500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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