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병영 군 인권 여론조사
병영에서 구타·가혹행위의 뿌리는 깊었다. 군 당국이 구타·가혹행위 근절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2003년 이후 전역자들인 1~2년차 예비역 가운데 47.7%가 구타를 당했고, 51.8%는 가혹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구타·가혹행위를 보거나 들은 경험은 80%(구타 82%, 가혹행위 81.6%)를 넘었다.
“구타 목격해도 못본척한다” 73%
병사 상호간의 집합행위(1~2년차 76.9%), 지시행위(82.1%), 얼차려·군기교육 행위(67.2%), 암기강요 행위(75.9%) 등 업무와 내무생활 가운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악습은 전혀 근절되지 않았다. 육군이 지난 2003년 8월 ‘사고예방종합대책’을 내놓고 병 상호금지행위를 뿌리뽑겠다고 나섰으나 ‘병 상호간 금지행위가 전혀 없다’는 대답은 8.6%에 불과했다. 구타·가혹행위를 당한 이유를 복수로 대답하라는 질문에 교육·훈련·근무태만이 56.4%로 가장 많았고, △업무 미숙·암기사항 미숙 등 부대생활 부적응 52.6% △청소 미비 등 내무생활 문제 42.6% 등을 꼽았다. 그러나, 사적인 감정 22.6%, 특별한 이유없이 습관적으로 17.8%, 출신지역·학력·나이 4.4% 등 업무나 내무생활과 무관한 이른바 ‘묻지마’ 폭력도 계속되고 있다.
구타·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하고도 73.6%가 ‘못 본 척하거나 참았다’고 응답하고 직속상관에게 보고(3.6%)하거나 소원수리를 작성(1.6%)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은 소수에 그쳤다. 군 당국은 사고 예방을 위해 소원수리나 부대장 면담 등 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군대내 폭력이 대다수 병사들의 침묵 속에 은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5명중 1명 “일·이병때 탈영 충동”
응답자들은 ‘못 본 척 하거나 참은 주된 이유’에 대해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42.9%), 병 상호간 비난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 같아서(26.1%), 군대에서 구타·폭력이 당연하기 때문(18.2%) 등으로 답했다. 이는 응답자들이 이등병(42.9%), 일병(47.0%)때 집중적으로 구타·가혹행위를 당했으며, 28.6%는 ‘탈영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한 것과 맞물려 군 폭력이 군기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뿌리깊은 폭력문화에 대한 병사들의 대응은 한마디로 ‘군대니까 참는다’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군 인권의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 50.8%가 ‘군 문화의 근본적 속성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예비역들은 △인권을 지킬 수 없는 문제 사병들의 증가 16.4% △지휘관들의 인권의식 부족 11.6% △지휘관들의 책임회피 8.8% △병사들의 인권의식 부족 8.8% 등으로 구성원들의 문제보다 억압적인 군문화가 인권과 양립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타·가혹행위는 직접적인 폭력은 사라졌으나 ‘아버지 군번’ 시절부터 대물림한 억압적인 군대문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구타·가혹행위는 직접적인 폭력은 사라졌으나 ‘아버지 군번’ 시절부터 대물림한 억압적인 군대문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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